[춤추는 증시 투자전략]가치주 '짧게' 情通株 '길게'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미국증시 불안으로 촉발된 국내 주식시장 폭락세가 지난주로 마무리되고 10일 강하게 반등하자 투자자들이 한껏 고무됐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은 아직 약세의 잔영(殘影)이 남아있는 모습.

거래소냐 코스닥이냐, 성장주냐 가치주냐. 증권 전문가들은 대체로 “속단은 이르지만 1월중에는 코스닥보다는 거래소시장 실적호전주가 ‘뜰’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 증시는 확실한 투자지표〓작년 4·4분기 이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코스닥시장 참여가 크게 늘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국내 증시의 방향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시그널’이 됐다. 밤새 미국시장이 폭등하면 오름세, 폭락하면 하락세를 보이는 날이 많았다.

새해들어 내리막을 걷던 미국 다우존스 및 나스닥지수가 지난주말 반등하자 10일 국내시장 역시 오름세를 탔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소외받던 우량 대형 제조주의 저가(低價)메리트가 부각되자 바다건너 거래소시장 ‘가치주’에 매수주문이 몰렸다. 499개 종목이 오름세.

장중 시세변화를 읽을 수 있는 S&P선물지수 나스닥선물지수 등을 투자지표로 삼는 초단기 ‘데이 트레이더’들이 늘어나면서 미국증시는 싫든 좋든 곧바로 우리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보통신주 부활하나〓거래소시장 ‘정보통신 5인방’으로 불리는 한국통신 삼성전자 SK텔레콤 데이콤 LG정보통신이 크게 올라 종합주가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데이콤은 나흘연속 10%이상 폭락세를 멈추고 상한가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를 본격적인 정보통신주 ‘부활’로 보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최근 3∼4일간 하락폭이 워낙 컸던데 대한 반발매수가 유입됐기 때문이며 거래소시장의 전반적 강세의 일부분에 그친다는 것.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오히려 성장주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실적호전주(가치주)의 부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둘 사이의 가격차가 줄어들 때까지는 가치주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오현석연구원 역시 “미국증시가 바닥을 다졌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전까지는 실적주 가치주가 과도하게 오른 느낌이 있는 정보통신주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치주 반등은 한시적〓그렇다고 정보통신주가 올 한 해의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을 내는 전문가는 없다. 정보통신주와 가격차가 좁혀지면 언제든지 가치주는 다시 ‘주변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미래에셋자산운용 이병익 펀드매니저는 “이번주 미국증시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며 “2월중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만약 정보통신주가 강하게 오른다면 정보통신주가 변함없는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도 “거래소시장 성장주들은 연초 폭락으로 서서히 저점을 확인해가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좀 더 ‘거품’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다. 10일 하루 코스닥 종합지수 등락폭이 18포인트에 이른 것은 현 가격대에 대해 투자자들이 동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논리. 검찰이 코스닥시장 교란사범에 대한 수사를 당분간 유보하기로 한 것도 불확실성을 남겨둬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