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利 정책따로 시장따로… 자금흐름 왜곡 우려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통화당국이 “당분간 긴축으로 전환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지만 새해들어 자금시장에서는 실세금리의 대표지표인 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두자릿수대에 안착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현수준 유지’ 방침을 천명한 6일에도 장단기 금리는 일제히 오름세를 이어갔다. 중앙은행과 시장이 제각각 따로 움직이는 장면이 연출된 것.

전문가들은 “올해 금리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하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당국과 시장의 괴리가 심해지면 자금의 단기부동화 등 돈 흐름이 왜곡돼 또다른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당국과 시장의 괴리〓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경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안정기조가 정착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1월에도 콜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간 자금시장에선 최우량 공사채인 한전채 3년물과 5년물을 연 10%대의 금리로도 원매자가 적어 입찰이 난항을 겪었다.

한은은 “장기금리가 오르는 것은 앞으로 기업 등의 자금수요가 늘면 금리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에다 투신권 등의 채권매수 여력이 부족한 상태가 겹치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 시중에 돈이 넉넉하게 풀렸기 때문에 금리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금융기관 자금담당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팀 박성진(朴成振)과장은 “채권안정기금이 개입할 힘을 잃으면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이제 겨우 적정치에 접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판단하는 적정금리는 3년만기 회사채가 연 10.3∼10.5%, 국고채는 연 9.4∼9.5%로 현 수준보다 0.3∼0.5%포인트 높다.

한국은행측이 내심 더 고민하는 대목은 월간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금통위에 대해 지난해 말을 고비로 시장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작년만 해도 금통위 회의가 열릴 때가 되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금융기관끼리 정보를 교환했지만 요즘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장불안은 당분간 지속〓3년만기 회사채와 콜 금리간의 격차가 6개월이상 5%포인트를 웃도는 현 국면은 대우사태에 따른 시장 불안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극히 비정상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통상 중앙은행이 콜금리를 조절하면 ‘단기시장금리→장기시장금리→금융기관 수신금리→여신금리’의 과정을 거쳐 실물경제에 파급되는데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인해 이같은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이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를 토대로 예상한 올해 장기금리 수준은 연 9%후반 또는 10%대 초반. 그러나 상당수 채권딜러들은 “지금처럼 투신권이 계속 매물을 쏟아내는 상황을 방치하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시장금리가 펀더멘털보다 훨씬 높은 선에서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辛金德)동향분석팀장은 “현재의 자금시장은 당국의 의지를 짊어진 단기금리와 시장 수급상황이 반영된 장기금리가 팽팽히 맞선 형국”이라며 “대우 채권환매가 마무리되는 2월 이후에야 장기금리가 내리든 단기금리가 오르든 금리추이가 결판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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