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委 중재안 확정]勞-使 반발…정치권도 시큰둥

  • 입력 1999년 12월 15일 19시 42분


노사정위원회가 15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했으나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와 노사정위는 노사 양측의 입장이 워낙 엇갈려 ‘완전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부의 입장을 서둘러 정리했다. 정부로선 정기국회가 18일 폐회하기 때문에 일정상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어차피 노사 양측이 손잡고 합의하는 시나리오는 기대할 수 없지 않느냐.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다만 노사 양측이 노사정위안을 토대로 한 입법 추진을 ‘극렬 반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정부측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노동계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실리를 얻은데다 단체협약의 실효성 등 원하는 것을 상당부분 쟁취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 대해서도 정부 여당이 밀고 나가면 결국 따라오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의 ‘희망’대로 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한국노총은 막판까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던 ‘유급전임자 상한선’문제와 관련해 이 조항 자체의 삭제를 요구했다. 또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최소한 ‘99년말 수준을 기준으로’ 상한선 규모를 정한다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노사정위는 이 안을 적극 검토하기도 했으나 정부는 재계의 반발을 의식해 이 부분을 배제하고 이 문제의 처리를 법 개정 이후로 미루는 미봉책을 내놓았다. 실태조사 및 노사정위 의결 과정에서 노동계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복안이다.

노사 당사자인 한국노총과 경총은 “참석에 의미가 없다”며 이날 본회의에 불참해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관한 노사 합의는 극적인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사실상 물건너갔다. 한국노총은 “대통령령 내용을 두고 또다시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에 일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의 입장도 완강하다. ‘법개정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선 것이 없다. 노동계가 일부 물러서더라도 법개정은 절대 안된다며 요지부동이다.

노사 양측의 반발과는 별도로 정치권의 미온적 태도는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적당한 시기에 정치권에 공을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정치권은 노사의 ‘완전 합의안’을 가져올 것을 주문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를 섣불리 받았다가 노사 양측으로부터 몰매를 맞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몰라라 하고 뒷짐만 지고 있을 수도 없어 정치권의 입장에서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계륵’과도 같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여당이 재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한국노총이 정책연합 파기를 선언하고 나선 데 섭섭함을 갖고 있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며 “연내 처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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