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재벌 구조조정본부 내년초 모두 해체된다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정부는 4대그룹의 구조조정본부가 사실상 옛 비서설과 종합기획실 역할을 하면서 총수 1인지배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내년초에 모두 해체시키기로 했다.

또 재벌총수가 지분만큼의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재벌그룹체제를 지주회사중심체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1일 그룹단위의 구조조정을 위해 구조조정본부를 용인해왔지만 내년부터 소유지배구조개선을 위해 구조조정본부를 해체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단위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와 구조조정본부의 필요성이 있었지만 옛 비서실 종기실의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며 “총수는 지주회사 등을 통해 자신의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금감위 서근우(徐槿宇)구조개혁단심의관은 “4대그룹이 내년초 구조조종본부를 폐지하거나 대폭 줄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으므로 본부를 굳이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5대그룹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에는 기업 구조조정본부의 폐쇄시한을 못박지 않았지만 연말 부채비율 200%가 달성된다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위는 재벌그룹의 사장단회의는 현실적으로 계열사간 이견조율이나 협의할 사항이 있기 때문에 계속 존속되겠지만 명칭은 주주대표자회의(가칭) 정도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또 궁극적으로 재벌그룹을 지주회사 형태로 바꾸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같은 정부당국의 방침에 대해 4대그룹은 “정부가 굳이 구조조정본부 해체를 고집한다면 이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삼성 구조조정본부(50명) 현대 경영전략팀(30여명) LG 구조조정본부(50여명) SK 구조조정본부(30명) 등은 꾸준히 조직을 축소해오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구조조정본부는 한시적인 조직이며 우리로서는 구조조정 완결을 위해 앞으로 1년 이상 존속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정부의 방침이 해체쪽으로 정해지면 굳이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4대 그룹들은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되면 새로운 지주회사의 형태로 총수에 의한 계열사 지배구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임규진·박현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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