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윤제/'IMF 2년' 한국경제의 과제

  • 입력 1999년 11월 22일 20시 15분


한국의 외환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여러가지 내부관행을 깨고 예외적인 긴급지원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긴박하게 다가왔다. 2년이 지난 지금 위기가 진화됐으며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소위 IMF 위기라고 부르는 지난 2년간의 경제위기가 경제 및 사회전반에 남긴 영향은 지금보다 훗날 더 정확히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단순히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긍심, 나아가 사회심리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밀린 숙제 아직 많아

지금은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보다는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외환위기는 일단 진화됐으나 한국 경제의 과제는 아직도 다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IMF위기가 준 메시지는 종래의 경제운용방식, 제도 및 관행으로는 더 이상 경제발전과 국가지위 상승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IMF 프로그램 하에서 지난 2년 동안은 새로운 경제운용방식,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형성해가려는 모색기였다. 2년이라는 짧은 시일 내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분야에 걸쳐 그렇게 많은 제도개편이 추진된 나라도 드물다. 외국인들이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경제개혁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빠른 개혁을 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밀린 숙제가 남달리 많았기 때문이며 도달해야 할 지점은 아직도 저만치 멀리 있기 때문이다.

97년 한국 경제는 소위 고비용구조와 환율의 고평가 속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IMF 위기는 고통스러운 것이었지만 이러한 고비용구조를 일거에 해결해 주었다. 환율의 급격한 절하, 실질임금의 하락, 임대료, 물류비 하락에 이어 금리까지 위기이전의 수준보다 하락해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이는 제도와 관행의 개혁이 가져다 준 효과라기보다는 위기와 그에 따른 충격 자체가 가져다 준 결과라는 측면이 더 크다.

경상수지의 대폭흑자도 산업경쟁력 강화보다 충격에 따른 소비, 투자의 대폭적인 감소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국제환경의 호전도 큰 도움이 됐다. 위기감이 사라질 때 언제든지 한국 경제는 다시 고비용구조와 경상수지 적자구조로 돌아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미 금년들어 각 직장에서 임금이 크게 인상되고 있고 소비와 투자가 회복돼 물류 임대료 금리에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비용구조의 해소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노동 금융 등 요소시장의 개혁과 경영혁신 등을 유도할 제도개혁이 아직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진짜 개혁 이제부터

지난 40년간의 경제 발전은 앞으로 우리가 이루어 가야 할 발전에 비하면 수월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인적자산을 수출지향으로 대외경쟁에 노출시키고 이웃 일본이 해오던 방식을 비슷하게 따라가면 적어도 6000∼7000달러의 소득까지 올릴 수 있는 실력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의 과대평가와 막대한 자금유입, 환율고평가로 국민은 실력 이상의 임금과 소비를, 기업은 실력 이상의 차입과 투자기회를 누렸고 그것이 가져온 결과가 바로 IMF위기이다. IMF위기는 한국 경제의 지위를 후퇴시켰다기보다 제자리로 갖다 놓은 것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소득향상과 국가지위의 상승을 가져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각 분야에서 지식수준과 인적자산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추어 우리 스스로의 방식에 의해 제도와 관행을 개편하고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제 급한 진화작업은 끝났으나 새로운 건설을 위한 청사진은 아직도 어설픈 상태다.

빠른 경기회복은 일반국민과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에 대한 절박감을 줄이고 그동안 경제정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IMF 및 국제금융시장의 압력도 줄어들게 됐다.

경제개혁에 대한 실질적인 시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위기전 상태로의 회귀라는 의미에서 경제회복을 이루었는지 몰라도 위기전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에서의 경제회복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나아가는가가 IMF위기 2년이 한국 경제에 대해 미친 진정한 영향을 평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조윤제〈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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