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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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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매수잔량 큰 부담〓최근 하락장에서도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대거 쏟아지면 지수도 덩달아 상승한 경우가 많았다. 프로그램 매수란 선물이 고평가될 경우 선물을 팔고 주식을 사는 매매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 반대로 선물이 저평가되면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프로그램 매도가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쌓인 프로그램 매수잔량이 1조원을 훨씬 넘어선데다 이 물량은 언젠가는 매물로 나올 것이므로 주가반등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병익(李炳益)펀드매니저는 “장중 선물지수의 움직임을 잘 아는 기관투자가들이 선물이 약세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자 보유주식을 얼른 팔아치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벌관련 악재〓이날 국정감사에서 모의원이 ‘현대그룹이 대북사업과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고 폭로했다는 뜬소문이 나돌면서 현대그룹 계열사주가가 폭락, 지수하락폭이 커졌다.
현대전자 현대강관 현대자동차 우선주가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등 대부분의 계열사종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된 상황이어서 ‘돌발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
여기에다 5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한 한진그룹 주가는 이날 한진해운 한진 대한항공 등 7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밀리는 등 전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주식형펀드의 대량환매 우려〓지수가 8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주식형펀드의 대량환매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대우채가 편입된 공사채형펀드의 환매사태가 금리상승을 촉발한 것처럼 주식형펀드의 환매는 주식매도를 초래해 곧바로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4월부터 설정된 주식형펀드의 경우 이달부터 속속 만기(환매수수료를 물지 않고 찾을 수 있다는 의미)가 돌아오는데 향후 주가하락이 이어지면 원금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향후 전망〓미래에셋 이병익펀드매니저는 “단기수급이 문제될 뿐 실물경기 여건은 매우 좋은 편”이라며 “지수 800선 이하에서는 투신권이 지수방어를 위해 매수세에 적극 가담할 것으로 보이므로 개인투자자들은 투매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張寅煥)사장은 “금융시장 불안양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탄탄한 기업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이상 추가적인 주가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전환한 점이 호재로 작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