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진정기미/대책후 첫날동향]증시 아직 냉담

  • 입력 1999년 7월 26일 19시 20분


금리와 환율이 진정 기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26일 주식시장은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과 일련의 대우파장 수습방안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증권전문가들은 “주가가 개장초 급락했다가 점차 회복되는 듯 했으나 대우쇼크가 진정될지 확신을 갖지 못한 가운데 장막판 투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금융시장 전체론 이번주가 고비가 되고 주중으론 26일과 27일이 향후 장세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간대별 상황〓이날 종합주가지수는 급등락을 반복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그대로 반영했다. 개장직후 지수는 한때 42포인트까지 폭락했다. 정부가 제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약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증거.

그러나 주가는 오전 10시25분 2포인트로 하락폭이 좁혀지면서 한때 900선을 회복했다.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된데다 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프로그램 매수주문이 1000억원 가량 유입됐기 때문. 증권전문가들은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정부 대책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상당부분 희석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2시40분경 지수는 44포인트 급락세로 돌변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선물가격이 급락한데다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기엔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실망매물을 대거 쏟아부은 것.

▽투자자별 대응〓일반인들은 장중 내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연출. 오전장에는 정부대책에 대한 회의감이 일면서 매도로 일관하다가 오후장 들어서 투신권이 매수강도를 높이자 순매수로 돌아서기도. 장막판 다시 폭락하자 ‘무조건 팔아달라’는 투매양상으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매도강도를 높이는 모습.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날 발표한 정부의 수습방안으로도 전혀 개선이 되지않았다는 증거라고 한 증권전문가는 분석. 반면 투신사들은 지수의 단기급락세를 틈타 저점매수에 나서는 모습. 현대투신운용 최대문이사는 “지수의 단기급락폭이 커 추가 조정시마다 물량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귀띔.

▽평가와 전망〓이날 장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삼성생명투신운용 도중영(都重榮)주식운용팀차장은 “정부의 금융시장대책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지 못했다”며 “향후 장세는 시장금리가 연 8%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박만순(朴萬淳)선임연구원은 “하루 상황만 보고 정부대책을 평가하기는 힘들다”며 “정부가 대우채무를 국가채무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론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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