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低質전기가 경쟁력 걸림돌』성토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1분


산업체에 공급되는 한전의 전기품질이 계속 말썽이다.

느닺없이 정전이 되거나 전압이 수시로 변해 산업현장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전이 피해보상은커녕 전기품질이 선진국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개선노력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는 한전 공급전력의 품질이 도마에 올랐다.

조석래(趙錫來)효성 회장은 “산업현장에 공급되는 전기의 질이 떨어져 기업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조회장은 “섬유산업이나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정전으로 한번 공장가동이 중단되면 회복하는 데 10일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효성 주력사인 ㈜효성의 울산 언양 용연공장은 지난달 20일 7분동안 전력공급이 중단돼 수십억원의 손실을 봤다. 효성 관계자는 “한전에 배전설비를 납품하는 탓에 피해배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정몽구(鄭夢九)현대 회장도 이날 회의에서 “정밀도를 따지는 산업현장에 공급되는 전압이 불규칙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유상부(劉常夫)포철 회장은 “우리 회사도 예고치 않은 정전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나 한전에 항의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한전은 천재지변에 의한 정전사고는 있을지언정 전력 품질은 선진국수준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정전사고는 돌풍에 쓰레기가 날리면서 고압선이 합선을 일으킨 ‘천재지변’에 속하는 사고”라고 말하고 “한전의 규정전압 유지율은 일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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