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우자동차에 3천억 융자』…지분 25% 요구

  • 입력 1999년 5월 22일 09시 14분


삼성자동차 빅딜을 둘러싸고 막바지 쟁점으로 부상한 4조원대의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문제가 급류를 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대우에 부채 일부를 넘기되 대우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자금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검토됐던 부채정리 방안은 크게 △삼성자동차의 주주사들에 부채를 골고루 분담시키거나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사재로 부채 일부상환 △채권은행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부채 일부를 출자전환하는 방법 등 세가지. 삼성은 이중 이회장 개인재산 출연에는 ‘전례가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도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 분담안’ 급부상〓대우 관계자는 21일 “삼성측이 대우자동차에 삼성차 부채 일부를 넘기는 대신 자동차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밝히고 “자금지원의 방법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대우측이 발행하는 CB를 대우측에 유리한 금리 및 만기 조건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대신 ‘담보’를 세울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대우자동차 지분 25%(약 3천억원) 정도를 넘겨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의 총자본금은 1조2천억원. 대우중공업 ㈜대우 대우통신 등 대우계열사들이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측에 25%대의 지분을 넘기더라도 대우의 경영권 행사에는 지장이 없다.

▽급속히 확산하는 총수 사재 및 계열사 부채분담〓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부채 분담과 이회장 사재출연은 자산실사를 맡았던 세동경영회계법인이 이달초 내놓았던 절충안에 포함된 방안.

삼성차 지분은 아일랜드계 투자사인 팬 퍼시픽(31%) 삼성임직원(31%) 삼성전자 등 전자3사(34%) 삼성중공업(3%) 등이 나누어 갖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의 부채분담은 해당사의 소수주주와 투자가들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할 것이 뻔해 쉽지 않은 선택.

삼성은 채권은행들도 삼성의 이름 값을 믿고 무보증으로 수천억원씩 대출해줬던 만큼 부채분담 차원에서 일부 부채를 출자전환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 실무진들은 출자전환보다는 이회장이 개인재산을 내놓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눈치.

서근우 금감원 구조개혁기획단 제3심의관은 “사재출연을 요구한 적이 전혀없다”고 못박았지만 삼성은 점차 확대되는 ‘총수책임론’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반응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분 만큼의 유한책임을 지는 주주가 부채를 추가로 떠안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삼성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래정·금동근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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