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대상 포함」 의미]재벌 구조조정 압박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정부가 5대그룹을 워크아웃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5대그룹 구조조정이 부진한데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와 함께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시키자는 뜻을 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5대그룹 계열사라 해도 정부가 채권단을 압박해 강제 구조조정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내심으론 곤혹스럽다. 이에 따른 국내외 파장을 우려해서다. 자칫 5대그룹 중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 그룹의 계열사가 워크아웃으로 지정될 경우 우리 경제에 닥칠 끔찍한 사태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워크아웃의 주목적은 경영권 박탈이 아니라 기업회생이며 대통령도 ‘워크아웃 선정기업이 부실기업인양 비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유지창(柳志昌)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대통령이 워크아웃을 언급한 것은 재벌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원론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며 “당장 5대그룹 중 특정 그룹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다분히 ‘재벌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

윤원배(尹源培)금감위 부위원장은 “특정그룹이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되면 해당그룹은 물론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6대 이하 그룹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워크아웃을 5대그룹에 적용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정부로선 5대그룹의 구조조정을 재계에 맡겨놓고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5대그룹은 주채권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라 자율적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지만 지난 1년간의 실적은 극히 부진하다는 게 정부측 판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6대 이하 그룹의 자산은 모두 합쳐 1백62조원으로 전년보다 0.2% 줄었지만 5대그룹은 3백10조원으로 37조원 이상 늘었다. 게다가 5대그룹은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자산재평가와 현물출자분 등에만 매달리는 등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

김대통령은 워크아웃이 기업을 파멸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후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되면 경영권 박탈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협박카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공정거래위는 이달부터 구조조정이 부진한 그룹을 대상으로 계좌추적권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부당내부거래조사에 들어간다.

경영권은 은행이 갖든 오너가 갖든 문제가 안되며 구조조정을 잘 해서 기업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금감위의 입장. 5대그룹도 이젠 어물어물하다간 핵심계열사를 뺏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임규진·정경준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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