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관리」정책당국 새과제로…국가빚 눈덩이증가 파장

  • 입력 1999년 2월 20일 19시 49분


독일의 도이치은행 연구소는 최근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국가부채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에 제2의 환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소는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나라의 정부가 금융기관 손실을 대부분 떠안아 97년말 국내총생산(GDP)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평균 30%였으나 올 연말에는 80%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 비율이 특히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올해말 공공부채 비율이 GDP대비 4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효율적인 공공부채 관리가 정책당국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왕윤종(王允鍾)연구위원은 “만성적인 공공부채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이나 중남미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1∼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처럼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과도한 공공부채의 문제점〓무엇보다도 정부의 빚이 많게 되면 외국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된다.

97년말 외환위기로 국가부도직전 상황까지 내몰렸던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경제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정부재정이 건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은행에 빌려준 돈을 앞다투어 회수하던 외국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지급보증만 믿고 만기연장을 해준 것도 정부 재정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부채비율이 높아진다면 정부가 이같은 민간기업 및 금융기관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과도한 공공부채는 시의적절한 경제정책을 운용하는데 있어서도 걸림돌이 된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의 여지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통화를 풀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부채관리에 성공한 나라들〓유럽과 중남미국가들은 80년대 지나친 정부부채로 외환위기를 맞은 바 있다.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국가들은 80년대 민간부문의 부채를 떠안는다든가 은행외채의 보증을 서주다 정부부채규모가 GDP의 100%를 넘어 국가부도위기에 몰렸다.

당시 미국 등 선진국들이 이들의 부채를 탕감해줘 외채지불유예(모라토리엄)사태는 면했지만 아직도 정부부채비율을 낮추지 못해 만성적인 위기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스웨덴 아일랜드 등 유럽국가들은 성공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때 공공부채가 GDP의 100%를 상회하던 스웨덴은 88년 재무부 산하에 국가부채관리청을 설립, 공공부채의 관리를 전담시켜 97년말현재 이 비율을 82%까지 낮췄다.

스웨덴은 매년 부채관리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부채의 통화구성 △만기구조 △고정 변동금리부 외채의 비율 등을 조절, 공공부채 유지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스웨덴을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 이를 바탕으로 공공부채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정부부채의 만기구조는 단기에, 통화는 달러에, 금리는 변동금리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면서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방향으로 위험요인을 분산할 필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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