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부실 찾아라』삼성-대우 불꽃튀는 정보전

입력 1999-01-27 19:40수정 2009-09-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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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상대편의 속사정과 자신의 역량을 알고나면 승부에서 질 수가 없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간 빅딜의 실무협상 막후에서 ‘숨겨진 부실’을 찾아내려는 정보 탐색전이 불꽃을 튀고 있다. 총액 10조원 규모의 빅딜에서 한줌의 정보는 최소 수백억원의 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7일 청와대에서 양사 빅딜이 공표되기 전부터 삼성측은 전담팀을 기민하게 가동했다. 타깃은 대우전자의 ‘속사정’을 샅샅이 알고 있는 고급간부들. 삼성은 1차적으로 대우전자 자산가치를 평가한 결과 해외 현지법인의 부실 여부를 집중 점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현직 고위급 인사들을 두루 물색했던 삼성은 지난해 초 대우전자를 ‘억울하게’ 떠나 협력업체 경영진으로 물러났던 A이사를 전격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A씨는 오랫동안 재무를 담당한 데다 해외근무도 했기 때문에 삼성으로선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부실 X선투시기’를 확보한 셈.

대우측 B이사는 27일 “A씨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실자산 한두개만 찾아내도 당장 삼성엔 수십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대우자동차도 이미 손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측도 삼성자동차 내부에 ‘접촉선(接觸先)’을 깔아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임원 2,3명을 포함해 상당수의 임직원이 이미 대우쪽에 ‘파이프를 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방 회사 인수준비팀을 외부에 전혀 노출시키지 않고 극비리에 운영하는 것도 특기할 만한 일. 삼성은 항공 출신 C부사장을 인수단장에 앉힌 데 이어 반도체 관리의 귀재인 D전무를 불러들여 ‘전의’를 불태우고 있고 대우측도 자동차 경제연구소 간부를 총동원, 상대방의 사업가치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양 그룹의 특급 관심사는 인수대상 업체에 대한 계열사들의 자금지원 내용. 해외차입의 경로와 본지사간 협력업체간 거래에서의 지원내용도 A급 정보사항이다. 삼성측은 대우그룹이 삼성전자와 자동차간 자금거래를 문제삼았던 참여연대 등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같은 정보에 양사가 열을 올리는 것은 공식 재무제표상으론 도저히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부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이로 인해 인수 후 낭패를 보는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

삼성차와 대우전자는 각각 부실이 없는 건전한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차의 자금조달 과정과 대우전자의 해외법인 경영에 진한 의구심을 표시한다.

〈박래정·홍석민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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