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앙일보 분리특혜] 세금으로 특정언론 돕는셈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30분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부당지원 행위를 예외적으로 용인해 줄 수 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방침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가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에 대해서만 ‘특례’를 인정해주면 구조조정의 원칙 자체가 흔들려 다른 그룹에서도 동일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뒤늦게 ‘예외불가’ 방침을 천명하는 등 수습작업에 나섰지만 예외인정을 시도한 저간의 사정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쟁점〓공정거래법은 30대그룹 계열사간 자금 자산 인력분야의 부당내부거래, 즉 싼값에 건물을 임대해주거나 빚을 대신 갚아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다만 ‘5대그룹의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그룹 자체적인 손실분담을 위해 이루어지는 불가피한 범위의 부당내부거래는 예외로 인정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

그룹 계열사(A사)가 다른 계열사(B사)에 채무보증을 서준 경우에 한해 채무보증금액 범위내에서 A사가 B사의 부채를 떠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밖의 다른 부당지원행위는 여전히 금지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채무보증금액을 과다하게 초과하는 중앙일보의 부채를 떠안는 것은 공정위가 밝힌 ‘인정되는 예외’에 속하지 않는다.

신규채무보증이 금지된 지난해 4월 현재 삼성그룹이 중앙일보에 대해서 빚보증을 서준 금액은 5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삼성그룹이 중앙일보 부채를 무상으로 떠안을 수 있는 규모는 50억원을 넘을 수 없다.

한편 공정위 이남기(李南基)부위원장은 20일 삼성그룹 계열사가 중앙일보의 건물을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해주고 이를 2∼3년간 한시적으로 싼 값에 임대해주는 것도 용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구조조정을 위한 예외인정’에도 포함되지 않는 명백한 ‘특혜’다.

계열사를 분리한 뒤 저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건물을 싼 값에 임대해주는 등의 편법지원은 오히려 가중처벌 대상이다.

공정거래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채무보증 이상의 부채인수나 부동산 고가매입 등은 명백한 부당내부거래로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불법행위”라면서 “공정위가 이같은 불법행위를 묵과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부위원장은 ‘예외인정을 받을 수 있는 부당내부거래는 손실분담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원칙을 중앙일보에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그룹도 중앙일보의 부채를 인수할 때 채무보증을 서준 계열사만 중앙일보 부채를 인수할 수 있는데도 공정위가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현저하게 공평성을 잃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들〓삼성그룹은 현재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정부는 5대그룹의 1,2개 계열사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대상으로 선정해 각종 금융 세제지원을 해줘 초일류기업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정부는 또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에 대해서도 금융 세제상 지원방안을 강구중이다. 이같은 정부 지원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뤄진다.

삼성그룹이 정부 지원을 받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중앙일보에 과다하게 지원을 해준다면 이는 결국 국민부담이 중앙일보로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사실 중앙일보는 90년대들어 반도체 호황을 누리는 삼성그룹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 신문판매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려가면서 과당경쟁을 유발해왔다.

공정위는 97년말 중앙일보를 포함한 재벌그룹과 계열 언론사의 부당내부거래를 적발, 시정조치한 바 있다.

당시 삼성그룹 등은 다른 언론사에 비해 비싼 광고료를 주는가 하면 그룹내 광고대행사(제일기획)는 대행수수료를 받지 않는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과도한 판촉활동으로 중앙일보의 부채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부담으로 중앙일보를 부당지원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언론사에 부당지원을 하게 되면 이는 지원하는 기업측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며 “중앙일보에 특혜를 준다면 부당내부거래의 규제원칙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과 문화일보 사례〓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문화일보를 분리하면서 2천5백여억원의 부채를 인수했다. 당시 현대 계열사들이 문화일보에 서준 빚보증은 모두 1천4백여억원. 문화일보는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 문화일보 건물과 윤전기 소유권을 현대그룹에 넘겨줬다.

올 1월 경향신문을 분리한 한화그룹은 지급보증분을 포함해 5천3백억원의 경향신문 부채를 떠안았다. 그러나 무상으로 인수한 것이 아니었다.

한화그룹이 경향신문 건물과 윤전기를 담보로 잡고 대여한 것으로 추후 이자와 원금을 모두 회수하기로 계약을 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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