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현두/안전한 여객기의 조건

  • 입력 1999년 1월 2일 20시 06분


‘새 비행기는 안전하다.’ 한국의 두 항공사는 늘 그런식의 홍보경쟁을 벌인다. 후발 항공사로 여객기의 평균 기령이 4년 정도인 아시아나가 선발업체 대한항공을 겨냥해 그런 홍보전략을 펴왔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말부터는 자사 여객기의 평균기령이 5.73년밖에 안된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나섰다. 상대적인 사고 빈발이 여객기가 낡아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새 비행기로만 따지면 국내 두 항공사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 항공사 여객기의 평균 기령은 2백40여개 전세계 항공사의 여객기 평균 기령 12년에 비해 매우 낮다. 세계 주요 50대 항공사중에서도 각각 세번째와 일곱번째로 새 비행기가 많다.

그러나 두 항공사의 크고 작은 사고는 불행히도 새 비행기냐, 헌 비행기냐가 안전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기령이 8.7년과 12.2년인 호주 퀀태스사와 미국 델타사는 안전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미국 노스웨스트사는 여객기의 평균기령이 무려 19.9년인데도 사고율에서는 한국의두 항공사에비해 크게 낮다.

전문가들은 “여객기의 모든 부품은 교체 기한이 정해져 있어 기종이 오래됐다고 항공기 자체가 낡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항공의 안전시스템을 점검하던 델타항공 안전담당 관계자들은 국내 항공사들의 안전불감증에 놀라 개탄했다고 한다.

지금 두 항공사에 정작 필요한 것은 새 비행기 자랑이 아니라 정비시스템 점검이나 승무원 재교육 등 안전의식 경쟁이다. 사고를 좌우하는 것은 대부분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현두<사회부>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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