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올 성적표]현대 독주 「4대」수성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IMF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빅딜 등으로 올 한해 재계는 재벌들의 부침(浮沈)이 극심했다.

현대의 독주 속에 삼성 대우 LG SK 등 5개 그룹이 ‘빅딜’이란 이름으로 1년내내 정부에 볶였고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몰린 여타 그룹들은 워크아웃과 계열사매각 외자유치 등으로 제살을 깎아내는 아픔속에 일부 그룹은 완전히 해체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총수들의 영욕이 엇갈렸다.

▼5대 그룹 위상 격변〓‘현대공화국’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현대에는 ‘행운의 한 해’였다.

다른 그룹들이 축소지향 경영으로 일관한 데 비해 현대는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사업에서 기아 아시아자동차 인수, 한화에너지 인수, 현대종합금융과 강원은행 및 조흥은행합병, 국민―한남투자신탁 인수, 현대전자의 반도체빅딜 경영주체 선정 등 1년 내내 ‘경사’가 계속됐다.

재계에선 ‘현대―삼성 양강 체제’ 혹은 5대 그룹 분류는 이제 ‘현대와 나머지 4대 그룹’으로 새롭게 분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

삼성은 올해 ‘그룹내’ 구조조정을 비교적 성공리에 추진했다는 평가. 계열사별로 명예퇴직, 분사 등을 통해 인건비를 15% 줄였고 사업구조 면에서는 삼성자동차의 빅딜과 삼성중공업의 중장비사업 매각, 발전설비 및 선박엔진사업의 이양, 항공기 통합법인 추진 등을 통해 그룹 모태인 경공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정리해고 자제, 가동률 제고’라는 김우중(金宇中)회장의 경제난 해법에 충실했던 대우는 연말 강도높은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해 주목을 받고 있다.

41개 계열사를 10개로 줄이는 사업구조조정이 완료될 경우 대우그룹은 5대그룹중 가장 적은 계열군을 이끌 전망.

LG는 연말에 반도체 빅딜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채권단의 금융제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다. LG로서는 자칫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순간을 맞은 셈.

SK는 일찍부터 에너지와 정보통신을 양대축으로 수직계열화시켜 구조조정과 빅딜의 와중에도 비교적 외풍을 타지 않고 5대 그룹의 일원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편. 다만 한국통신 보유 SK텔레콤 주식을 인수하는 작업이 지연돼 외자유치와 종합정보통신사업자로의 변신에 차질을 빚고 있다.

▼30대 그룹은 이제 없다〓5대 그룹이 굳건하게 제자리를 지킨 반면 6대 이하 재벌들은 절반 이상이 부도 워크아웃 계열사통합 등을 통해 간판을 내려야 할 정도로 부침이 심했다.

재계 7위 쌍용은 쌍용자동차(대우) 쌍용투자증권(미국 H&Q)을 매각하고 쌍용종금은 인가가 취소 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쌍용건설 남광토건 등 2개사는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중이다.

한화(재계 8위)도 주력사인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로 넘기고 계열사를 올해초 32개에서 20여개로 줄였다.

30대에서 탈락한 기아는 결국 현대자동차에 인수돼 간판을 내렸다.

두산은 IMF위기전인 9월에 두산상사 두산개발 두산전자 등 9개사를 ㈜두산으로 통합하고 을지로 사옥을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등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으로 IMF외풍을 잘 견뎌냈다는 평가.

진로는 방만한 경영으로 몰락한 대표적 사례. ㈜진로와 1, 2개 계열사만 남겨두고 모두 매각해야 하는 처지다.

효성은 주력 4개사를 합병해 총자산 5조억원의 매머드 회사 ㈜효성을 11월 출범시켰다.

작년말 부도가 난 한라그룹은 사실상 그룹해체 상태.

해태도 박건배(朴健培)회장의 경영권박탈 및 지분전량 소각으로 그룹이 사라진 상태. 출자전환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고 있는 제과나 전자를 빼면 대부분 계열사가 매각을 추진중이다.

고합은 워크아웃된 4개 주력사 ㈜고합 고합물산 고려석유화학 고려종합화학 등을 최근 임시주총에서 한 회사로 합병키로 결정했다.

한솔은 주력사인 한솔제지 전주공장을 매각해 벨캐나다로부터 자본을 유치한 한솔PCS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 그러나 가끔 이동통신 빅딜대상으로 한솔이 거론되면서 ‘자칫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위기가 찬스’ 떠오른 그룹들〓재계 11위 롯데는 올 한해 가장 탄탄한 그룹으로 주목을 받았다. 포철 민영화 참여, 담배인삼공사 대한통운 인수, 금융업진출 등 ‘설’이 끊이지 않았다.

재계 6위 한진그룹은 외부의 압력이나 자금난 없이 한해를 보내 그룹 내부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

자율 구조조정을 추진해 계열사를 24개에서 21개로 줄였고 내년에는 육해공 수송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

동국제강은 부채비율 228%로 30대 그룹중 롯데 다음으로 견실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다. 올해 철강업계 불황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한보철강 인수도 추진중이다.

30위권 밖이었던 제일제당은 올해 매출 2조3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30대 그룹으로 입성이 유력시된다. 부채비율이 140%로 탄탄하고 식품 의약품 등의 사업호조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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