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평가자료」 누가 거짓말하나

  • 입력 1998년 12월 28일 07시 20분


ADL의 평가작업에 LG는 어느 정도 깊숙이 관여했을까.

여기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것은 LG와 ADL의 주장이 정반대여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ADL보고서의 공정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핵심 열쇠 중 하나이기도 하다.

LG가 상당한 깊이의 내부자료를 ADL에 건네주고도 보고서의 공정성에시비를걸고있다면 ‘시간벌기’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ADL쪽의 말을 믿고 있는 듯하다. 이는 박지원(朴智元)청와대 공보수석이 27일 “LG가 평가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말한 데서도 드러난다. 정태수(鄭泰秀)ADL한국지사장은 25일 보고서를 내면서 “LG의 그동안의 협력에 감사하며 충분한 (LG반도체 관련)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LG반도체 구본준(具本俊)사장은 “증시에 공시된 자료와 신문스크랩을 줬을 뿐”이라고 반박하면서 정지사장의 설명을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악의적인 거짓말”로 규정했다.

LG가 ADL의 평가제의를 공식 접수한 것은 지난달 18일. 그러나 평가방법 및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며 평가계약 체결을 미루다 “이달 9일까지 계약을 체결해달라”는 ADL의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줄다리기를 벌이는 동안 지난달 25일과 이달 9일 두차례 현대와 LG, ADL이 공동 참가한 워크숍이 열려 LG와 ADL의 접촉이 이뤄졌다.

LG측은 “ADL이 현대편을 들고 있다고 의심하는 와중에 핵심자료를 ADL에 건네주었겠느냐”고 반문한다. 프로포절 단계에서 건네준 공시된 재무재표(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와 기술개발 성과를 보도한 신문스크랩이 전부였다는 것.

반면 ADL측은 “LG가 실사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정보를 제공했고 평가기준에 대해 수많은 회의를 가졌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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