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시장 우회개입…환율 1,250원대 유지

  • 입력 1998년 12월 22일 19시 39분


정부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으로 수출 감소와 외환시장 불안정이 걱정됨에 따라 시중은행에 대한 달러매입 유도 등 우회적 시장 개입을 통해 연말까지 환율을 1천2백50원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외환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천2백13원까지 급등한 뒤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로 1천1백96원까지 하락했다가 결국 전날보다 11원 오른 1천2백4원에 마감됐다.

정부는 이날 정덕구(鄭德龜)재정경제부차관 주재로 경제차관간담회를 갖고 급격한 환율하락이 경제운용에 짐이 된다고 판단, 환율하락 방지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1단계로 시중은행이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공기업에 내년초까지 해외차입을 자제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계속 내려갈 때는 2단계로 한국은행의 달러 직접 매입과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제통화기금(IMF)차관 97억달러 전액 상환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외화자금을 성업공사 등이 즉각 매입토록 했다. 이에 따라 20개 시중은행은 외화표시부실채권 해소를 위해 23일까지 총 6억8천만달러를 시장에서 매입키로 하고 이날 1억∼2억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또 한국은행 외화대출금(60억달러 가량)을 단계적으로 상환하고 외화차입을 내년초까지 연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급격한 환율하락은 수출은 물론이고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정경제부에 달러수요 진작책을 세울 것을 권고키로 했다. 한은은 성업공사가 매입할 시중은행의 부실외화채권 이외에 시중은행 해외점포에서 발생한 부실외화채권 4억여달러도 성업공사가 조기에 매입토록 요청키로 했다.

성업공사와 예금보험공사는 연초에 들어올 ADB자금 7억달러를 즉각 매입, 외화수요에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또 내년 3월 문을 여는 선물시장에 우선적으로 원―달러 선물시장을 개설, 은행이 기피하는 중소기업의 2백만달러 이하 소액 선물환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이날 “한은이 보유한 원화를 풀어 환율하락을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병희·이강운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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