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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2월 16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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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삼성 LG SK는 외환 한일 상업 제일은행과 17일 각각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대우는 19일 제일은행과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약정내용〓5대그룹은 계열사수를 현재 2백72개에서 1백36개로 줄이고 2000년말까지 약 2백5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키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은 200%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의 경우 외자유치 목표액이 1백억달러가 넘으며 대우는 계열사를 41개에서 10개로 가장 많이 줄인다. 삼성은 목표 부채비율(184%)이 가장 낮다.
▼약정의 의미〓이번 약정은 5대그룹이 30년 이상 지속된 선단식 차입경영행태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문서화한 것으로 7일의 청와대 정재계간담회의 합의문을 한층 구체화한 것이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직접적으로 재벌해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으나 “약정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5대그룹은 독립된 기업체의 느슨한 연합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막연한 계획〓재무구조개선 계획이 진전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실현계획 없이 막연한 수치만을 나열하고 있다. 예를 들어 2백56억달러의 외자 유치는 연도별 목표수치만 있을 뿐 언제 어떻게 유치할지 세부 계획은 없다.
주채권은행의 철저한 이행여부 감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재무구조개선 계획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에 따라 5대그룹이 세부적인 분기별 계획을 짜도록 하고 분기가 끝나고 15일내에 이행실적 추진실적과 불이행상황 등을 주채권은행에 보고토록 할 방침이다. 만일 약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제출된 자료가 허위로 판명될 경우 신규여신 중단이나 기존여신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경영권박탈을 목표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주식발행에 지나치게 의존〓은행 차입금을 갚는데는 주로 외자가 들어가지만 국내 주식발행에도 여전히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번 재무구조개선의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0년말까지 △현대 5조3천억원 △삼성 3조9천억원 △대우 6조6천억원 △LG 3조1천억원 △SK 2조6천억원의 신주를 국내에서 발행할 예정이다.
▼약정이후의 과제〓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25일까지 경영주체를 선정하기로 돼있으나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항공기 선박용엔진 발전설비 업종은 통합법인의 사업계획은 사업구조조정위원회에서 반려됐다. 삼성과 대우의 자동차―전자 빅딜은 원칙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진척은 없는 상태다. 사업교환이나 부실기업 정리 등 5대 그룹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예상되는 고용조정을 둘러싼 근로자의 반발 처리도 힘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