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빅딜 그후…上]기업 「量보다 質」시대로

입력 1998-12-07 19:52수정 2009-09-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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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끌어온 5대그룹 사업 구조조정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이쑤시개에서 대형선박까지’ 왕성한 ‘식욕’과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재벌그룹들은 내년 한 해 동안 계열사수를 절반가량 줄이고 주력업종도 3∼5개로 집중하는 전면적인 개편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재벌판도는 완전히 새로 짜여지고 기업경쟁의 양상도 팽창이 아닌 질적 승부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 소그룹경영 이미 착수〓이미 3일 자동차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5개 소그룹별 독립경영 방침을 재확인했다.

자동차 건설 전자 중화학 금융 및 서비스 등 5개업종을 핵심업종으로 선정했으며 현재 63개 계열사를 30개로 줄이기로 했다. 없어지는 기업은 청산보다는 합병 등을 통해 살아남을 전망.

빠르면 2000년부터 정몽구(鄭夢九)회장이 맡은 자동차부문이 독립소그룹으로 전환하는 등 형제간 분할구도에 따라 상당수 계열사가 그룹에서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보면 주력기업으로 살아남을 30개 계열사에 금융업종을 9개나 포함시켜 최근 2,3년간 활발히 진출해온 금융업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전자와 금융의 삼성〓전자와 금융 서비스―무역을 주력업종으로 선정하고 계열사를 66개에서 40개로 줄이겠다는 계획. 서비스부문이 그룹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무역부문 역시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전자와 금융업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

전자부문은 코닝에서부터 전자까지 수직계열화가 이미 이뤄진 상태며 금융도 은행업만 추가하면 종합 금융업체로서의 위상을 완비하게 된다.

삼성은 올들어 물산 전자 등 전 계열사에 대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한편 영남종금과 동양투신을 인수해 종합금융 그룹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 최근 대구은행에 대한 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부상했으며 한미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도 확보하는 등 재벌의 은행소유만 허용되면 언제든지 2,3개 은행을 인수할 만한 준비를 갖췄다.

삼성은 계열사의 직판체제 구축으로 인해 역할이 미미해진 삼성물산 상사부문도 재편할 계획. 그룹 일각에선 물산 상사부문이 삼성전자 등 전자소그룹의 해외영업을 전담하게 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 이번에 주력에서 빠진 중공업은 워크아웃을 거쳐 계열사로 남고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사업부문은 분사형식을 통해 정리하는 한편 중앙일보와 보광계열 10개사도 분리를 앞당길 계획.

▼대우, 10여개사로 축소〓자동차 중공업 무역 및 건설 금융 및 서비스 등 4개업종을 중심으로 총 41개 계열사를 10개로 줄이기로 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될 전망. 빅딜 포함설이 나돌던 건설은 핵심업종에 포함돼 소문에서 벗어나게 됐으며 삼성자동차와 맞교환될 전자업종은 핵심업종에서 빠졌다.

대우는 이에 따라 주력업종에 속하는 26개 계열사를 소그룹별로 통합해 10여개 업체로 줄이고 나머지 중소업체는 매각이나 종업원지주회사 등의 방식으로 정리할 계획. 상사와 건설부문을 한 법인에 거느린 ㈜대우에 경남기업 등 건설관련 기업이 통합되고 그룹 주력으로 떠오른 대우자동차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대우중공업의 국민차부문과 자동차부품업체들을 통합,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임직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대우전자의 매각으로 중심축을 잃게 된 오리온전기 대우통신 등 전자 계열사들의 향방. 이중 대우통신은 컴퓨터부문을 삼성에 넘긴 뒤 미국 벤처기업으로부터 3억달러 규모의 지분을 유치, 사실상 계열에서 분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 에너지중심의 LG, SK〓LG는 화학 및 에너지 전자및 통신 서비스 금융업종을 핵심업종으로 육성하고 계열사는 53개에서 30개로 축소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원전에너지를 LG칼텍스정유에, LG포스타는 LG정밀에 합병시키고 LG오웬스코닝과 LG교통정보를 계열분리키로 했다. 얼라이드시그널 ㈜성용사 LG돔은 매각할 예정.

기존에 계열화돼 있던 전자 화학 분야 등의 기업이 연관성 있는 핵심사업분야를 합병해 거대회사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SK는 42개 계열사를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건설 및 물류 금융업 등 4개 업종의 20개 안팎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수인가스와 스피드메이트를 SK에너지판매에, 국일에너지를 SK에너지에, 중원을 SK건설에 합병시키기로 했으며 마이TV 동률케미칼의 매각을 추진중이며 경진해운은 청산을 진행중.

〈이영이·이희성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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