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自 인수냐? 자동차 포기냐?…삼성 『골머리』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23분


‘기아 인수냐, 자동차사업 포기냐.’

21일로 예정된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의 재입찰 서류마감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포드의 입찰포기 선언 후 정부와 정치권의 ‘반(反) 삼성’ 기류가 ‘삼성의 불가피론’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은근히 인수압력까지 들어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16일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그룹내 기아인수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최종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학수(李鶴洙)구조조정본부장과 이대원(李大遠)삼성자동차부회장 지승림(池升林)구조조정본부기획팀장 등은 17일 중 기아인수에 대한 최종협의를 갖고 그 결과를 이건희(李健熙)회장에게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본부장 등 재무통들은 “부채 12조8천억원의 기아를 인수하면 그룹까지 부실해질 우려가 높다”며 기아인수를 반대해온 반면 이대원부회장 등 자동차측과 기획팀은 “이번이 기아인수를 통한 사업기초 마련의 마지막 기회”라고 맞서왔다.

지난달 실시된 1차 입찰 때 삼성이 부채탕감조건을 철회하면 낙찰받을 수 있었으나 재무팀의 인수반대 주장이 받아들여져 그대로 유찰됐다.

또 전경련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이 현대―대우의 2사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됨에 따라 현대나 대우가 삼성자동차의 제값을 쳐주는 조건으로 자동차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아 채권단이 2조9천억원의 기아 부채를 탕감해주기로 한 뒤 삼성 내부에서는 기아인수 강행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

삼성자동차의 한 임원은 “채권단의 부채 탕감안은 1차 입찰 때 삼성의 2조4천억원 탕감 요구보다 훨씬 조건이 좋다”며 “부채 탕감시 기아는 부채비율이 240%로 크게 낮아져 현대나 대우보다 재무구조가 건전해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동안 포드의 기아인수를 은근히 바라던 정치권과 정부에 확산되고 있는 ‘삼성 불가피론’도 삼성의 기아 인수강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회의 산업자원부 등의 고위관계자들은 공식 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자동차업계가 현대―대우의 2사체제로 가면 엄청난 규모의 부채 탕감에다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과 설비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삼성이 재입찰에 참가해 기아를 인수하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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