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에 이상있다…5월 수출입동향-분석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수출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수출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수출액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수입은 더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 및 내수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에 악영향이 나타난다.

한마디로 경제축소형 수출입 시나리오가 확연하게 현실화하고 있다.

1일 산업자원부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중 통관기준 수출입 실적 및 수출입물가 동향에 이같은 상황이 잘 나타났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업체들은 6월 이후에 수출이 정체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입 구조와 무역수지〓5월중 수출은 모두 1백14억3천7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증가세로 반전한 후 4개월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

수입은 76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37.5%가 감소했으며 수입감소폭은 4월에 비해 더 확대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7억6천7백만달러 흑자를 기록,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째 흑자를 지속했다. 올들어 5월까지 1백61억달러를 기록, 연간 목표치 2백50억달러의 64.4%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진희(韓震熙)연구위원은 “아시아시장을 향한 수출이 10% 이상 줄면서 지난달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그러나 더 우려되는 것은 수입 감소세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감소폭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즉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해 수입이 줄면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설비투자도 크게 감소, 장기적으로 수출도 줄게되는 ‘축소지향형 경제모델’로 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출 채산성〓원화를 기준으로 한 수출물가는 아시아지역의 동반 경기침체로 수입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원화 환율이 하락해 4월에 비해 2.6% 떨어졌다.

수출물가는 2월 이후 전월에 비해 줄곧 하락세를 보여 올 1월에 비해 21.0% 하락한 셈이다.

품목별로는△반도체D램이 17.0% △TV 브라운관이 8.0% 떨어지는 등 영상음향 및 통신장비제품이 4.1% 하락했으며 모니터 등 전기기계 장비제품도 아시아지역 수요 부진으로 3.4%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올 1월까지 환율상승으로 재미를 봤던 수출업체들이 이번에는 환율하락과 수요부진으로 수출물가가 급격히 하락,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물가도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의 내림세로 전달에 비해 1.6% 떨어졌다. 1월에 비해서는 16.0%가 하락했다.

고철과 옥수수가 아시아지역 수요 감소로 각각 18.8%, 3.1% 하락했으며 세계적인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집적회로 등 기계부품도 2.9% 떨어졌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추가 감산이 우려되면서 원유가 2.5%, 액화천연가스(LNG)가 4.4% 각각 올랐다.

▼전망〓아시아의 경기침체와 이달부터 본격 반영될 엔화 약세의 영향,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금융경색 지속 등의 불안요인이 계속된다면 향후 수출이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경련이 주요 업종 매출액 상위 6백대 업체를 대상으로 ‘피부로 느끼는’ 수출경기를 조사한 결과 6월 실사(實査)지수(BSI)가101에 그친것으로 나타났다.

수출BSI는 전달보다 수출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보는 기업체가 많을수록 100 밑으로 떨어지며, 지난달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100 이상에서 높아진다.

전경련 수출BSI는 3월 112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108 이상을 유지,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수출경기가 매달 조금씩 개선돼 왔다.

그러나 6월 지수 101은 환율상승에 힘입었던 수출증가세가 이달부터 사실상 정체국면을 맞게될 것을 의미하는 것.

이같은 전망은 엔화가치 급락과 동남아국가 통화가치의 동반하락으로 우리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데다 △동남아 수출시장의 위축 △수출금융 애로 △수출단가 하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수출BSI는 7월엔 10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전경련 조사에서 △자금사정 △재고 △내수부문 등을 모두 고려한 종합경기 BSI는 64.6에 그쳤다. 95년 9월(102.7)이후 단 한차례도 종합경기 BSI가 100을 넘지 못했다.

〈박래정·박현진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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