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기업,구조조정 서둘러야「생존」…자금난 갈수록 악화

  • 입력 1998년 5월 7일 20시 05분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합의한 ‘2·4분기(4∼6월) 의향서’대로라면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은행의 경우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의 강화로 수익성 악화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추락이 우려된다. 기업들도 동일인 여신비율 축소로 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전망.

▼BIS기준비율 맞추기가 더욱 힘들어졌다〓지금까지 국내은행은 ‘우리 식’대로 위험자산을 분류해왔다. 외국에서는 부실여신으로 분류하는 3개월이상 6개월미만 연체여신을 우리는 정상에 버금가는 여신(요주의여신)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냉혹한 국제기준에 맞춰 자산을 새로 분류해야 한다. 또 떼일 경우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높아진다. 예컨대 요주의여신은 적립비율이 1%에서 2%, 정상여신은 0.5%에서 1%로 각각 올라간다. 이로 인한 추가부담은 작년말 기준으로 약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요주의여신 중 3개월이상 연체대출금(약 2조원 규모)이 고정여신으로 분류되면서 3천억원 가량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결국 당장 1조5천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겨 그만큼 수익성이 나빠진다.

더욱 큰 문제는 자기자본비율 산출시 보완자본으로 인정하던 대손충당금이 내년부터는 제외된다는 것. 자기자본이 줄어 BIS기준 비율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금융계는 자산건전성 기준이 강화하면서 은행의 BIS기준 비율은 1∼3%포인트가량 낮아져 작년말 기준으로 BIS 기준 비율 8%를 넘는 은행은 고작 10여개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나은행 김종렬(金宗烈)종합기획부장은 그러나 “증자를 하지 않은 4월말을 기준으로 하면 BIS비율 8% 충족은행은 서너곳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기업 자금난〓정부와 IMF의 합의안 가운데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은 동일계열 여신한도를 내년 1월부터 현행 45%에서 25%로 축소하는 것. 전경련 이병욱(李炳旭)기업경영팀장은 “지금도 상당수 기업들이 고금리와 자금조달 위축으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여신한도 축소를 위해 은행들이 한꺼번에 대출을 회수하면 기업 연쇄도산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IMF와의 합의안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부동산 등 자산매각이 벽에 막혀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모든 부채내용과 현금 흐름 전망, 이자상환능력을 9월말까지 주거래 은행에 보고해야하는 것도 부담이 될 듯. 지금까지 기밀로 취급하던 장부외차입이 백일하에 드러나면 부채비율의 엄청난 상승을 불러오게 돼 기업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반병희·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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