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부족 총69조원 규모…97년 자금순환동향

  • 입력 1998년 4월 23일 19시 43분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경기부진과 외환위기로 설비투자가 감소했지만 환율 및 금리상승에다 판매부진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크게 줄어들어 자금부족규모가 무려 69조1천억원에 달했다.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금융기관 차입금은 되레 늘어 작년말현재 기업들의 금융부채는 8백10조6천억원으로 96년보다 1백70조원 이상 증가했다.

개인들은 소득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소비를 줄여 남는 자금을 초단기 고금리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 자금잉여규모는 41조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7년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이 외부에서 빌려온 액수에서 금융기관에 굴린 돈을 뺀 나머지인 자금부족 규모는 69조1천억원으로 96년보다 0.4% 확대돼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설비투자 위축으로 시설자금 수요가 둔화된데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차입이 어려워지면서 96년보다 1조7천억원(1.5%)줄어든 1백17조원. 증시 침체로 주식발행이 어려워지고 부실 종합금융사의 폐쇄로 기업어음(CP)발행시장이 위축되면서 직접금융 조달비중이 47.2%에서 37.1%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금융기관 차입(간접금융)비중은 29.1%에서 37.9%로 증가했다.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달성에 매달리면서 은행차입이 줄어든 대신 종금사와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부터의 차입이 크게 증가했다.

개인의 금융자산운용액은 96년보다 11.5% 늘어난 85조1천억원이었으며 주로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금융상품에 투자됐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에서 금융자산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개인금융저축률도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한 31.1%에 달했다.

한편 작년말 현재 공기업을 포함한 기업부문의 금융부채는 상환의무가 없는 주식과 출자지분을 제외할 경우 총 8백10조6천4백21억원으로 96년보다 26.8%가 늘어났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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