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硏,「구조조정」사정권…통폐합등 강도높게 추진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33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33개 과학기술관련 국책연구소중 민간연구소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연구소는 민영화 또는 폐쇄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경제관련 연구소를 흡수, 대형 연구소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위원회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부출연 연구기관 경영혁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 연구기관 정리방안을 토론했다.

참석자들은 연구기관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강도높은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기획예산위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하여 이달말까지 연구기관 경영혁신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다음은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들.

▼돈만 쓰는 연구기관이 늘었다〓70년 2개에 불과했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지금은 58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쓰는 예산은 85년 1천4백17억원, 90년 2천4백19억원에서 지난해 7천1백50억원으로 급증했다.

과학기술계 연구기관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민간연구소의 기술개발 능력이 향상되면서 민간연구소가 국책연구소를 능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책연구소가 응용 또는 개발연구에 치중하면서 민간연구소와 연구영역 중복사례가 급증하고 국가가 수행해야 할 기초연구의 비중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기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투자가 지나치게 정부출연연구소에 치중하면서 고급 연구인력이 집중된 대학 연구역량을 소홀히 하는 폐단이 나타났다.

국책연구소간 공동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연구실 단위로 폐쇄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특정 부처의 직할통치를 받는 인문사회계 연구소는 연구의 중립성과 객관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국책연구소의 경제전망은 민간연구소에 비해 항상 낙관론에 기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이 직접 연구해야 할 단기 정책과제를 산하연구소에 떠넘기는 사례도 비일비재다.

▼연구기관을 통폐합하라〓연구소 기능이 중복돼 있고 민간기업 및 대학연구소등과 역할 구분이 애매한 상황에서 강도높은 통폐합조치를 통해 예산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송하중(宋河重)경희대교수는 ‘과학기술계 연구기관 경영혁신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출연연구소는 산업계와의 중복연구를 피하고 공공목적의 연구, 산업체를 선도할 미래 대형기술의 연구에 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교수는 구체적으로 출연연구소가 담당하는 역할과 영역을 구분하고 유사한 기능을 가진 연구소들을 하나로 통합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민간연구소와 기능이 유사한 연구소는 과감하게 민영화하고 공공성이 큰 연구소는 국공립연구소로 전환하라는 견해다.

정문수(丁文秀)인하대교수는 “인문사회계 연구소는 부처별로 1개 연구기관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통폐합 원칙은 연구분야가 넓은 연구소가 특정목적의 연구소들을 흡수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KDI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조세연구원을 흡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연구기능 분야별로 재편하여 기능이 유사할 경우 통합하고 여러개 부처가 하나의 연구원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정교수는 “성과급 임금체계를 강화하고 외부 민간이나 외국 국가기관의 용역연구를 적극적으로 수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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