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투자냐 中企 우선이냐』 실업대책 논란

  • 입력 1998년 4월 5일 19시 26분


여당과 정부 일부 부처에서 획기적인 실업대책 마련을 위해 20조원 이상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당국과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미봉책보다는 유망 수출기업과 중소기업 지원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효율적이고도 근본적인 실업대책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으로 실업대책의 재정지출 계획에 상당한 혼선이 빚어질 전망이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3% 증가에 그친 SOC 예산을 최소한 예년수준인 20%까지 늘려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밝혔다.

5일 건교부 관계자는 “물류비가 국민총생산(GNP)의 17%로 선진국의 10%보다 훨씬 높다”며 “획기적인 SOC 투자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예산위측은 “무리하게 SOC 투자를 늘릴 경우 외채 증가를 가져올 우려가 높다”며 “세입세출 균형예산 기조 위에서 유망기업 지원에 재원을 우선 배정, 기업 구조조정 투자를 통해 안정된 직장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은 “SOC 투자보다 유망 수출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중장기적으로 고용효과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며 “유망 수출기업 지원에 예산을 더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와 여권 일각에서는 “SOC에 10조원을 투자하면 당장 62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만큼 단기적 실업대책으로 SOC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SOC 투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돼 결국 재원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외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도 10억달러(1조4천억원)를 3년짜리 SOC공사에 투자할 경우 사업연도에 5만명의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고용효과는 사업연도에 그치고 오히려 30%의 수입유발 요인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10만달러로 수출기업을 지원하면 당해연도 고용효과는 3만7천명에 그치지만 지속적으로 고용효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수출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지적이다.

김대일(金大逸)KDI부연구위원도 “SOC투자 확대는 제대로 된 사업을 고르기가 어려워 재원을 낭비할 우려가 있고 실업구제 효과도 당해 사업연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 실업구제보다 급한 것은 기업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지원”이라고 말했다.

〈임규진·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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