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핵심사업 잇달아 해외매각…국가경쟁력저하 우려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대상그룹이 핵심발효기술인 라이신을 독일의 바스프사에 매각한데 이어 식용유 전문기업인 신동방이 식용유사업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해태그룹도 해태제과의 빙과사업부문과 해태음료를 매각키로 하고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 등과 매각협상을 진행중이다.

이같은 잇단 핵심사업 포기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이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미도파백화점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한 이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신동방은 식용유사업을 미국의 곡물메이저 카길사에 매각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OEM)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카길사는 지난달 신동방의 인천 식용유공장에 실사단을 파견, 투자적격여부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카길측은 한국시장의 진입규제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신동방의 식용유 사업 인수나 OEM생산계획 여부에 대한 최종입장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방은 세계적인 식용유 제조기술 보유업체로 식용유사업이 매출비중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카길사는 세계적인 곡물메이저로 이미 국내에 사료공장을 갖고 있으며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국내 식용유사업 진출을 시도해왔다.

이에 앞서 18일 대상그룹이 독일의 화학업체인 바스프사에 핵심발효기술인 라이신 사업부문을 6억달러에 매각한 것에 대해서도 국가적인 고부가가치 전략기술을 외국기업에 너무 쉽게 넘겨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료용 성장촉진제로 축산업계의 ‘반도체’로 통하는 라이신은 매출이익률이 50%가 넘는 고부가가치 상품. 업계에선 세계 3대메이커이자 최고의 제조기술을 갖고 있는 대상이 3년분 수출액정도를 받고 기술을 고스란히 외국에 넘긴 것을 몹시 아쉬워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쌍용그룹도 작년말 흑자기업인 쌍용제지를 미국계 생활용품기업인 P&G에 팔았으며 한화그룹과 효성그룹도 한화우레탄바스프 효성바스프 등 효자계열사를 합작사인 바스프사에 완전 매각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기업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유망기업이나 핵심사업을 내놔야 팔리겠지만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 잠식과 산업공동화측면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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