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융자 우리사주 『기막혀』…빈봉투 월급-빈손퇴직 속출

  • 입력 1998년 3월 6일 20시 12분


종업원들의 재산형성을 돕고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이려는 취지로 도입된 우리사주조합제도가 IMF체제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예전에도 주가하락으로 평가손실이 만만찮았으나 실직자들이 속출하는 최근 들어서는 우리사주 주식이 오히려 실직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상장사 K사 이모부장은 92년이후 5년간에 걸쳐 우리사주 1천2백주를 주당 평균 1만8천원에 배정받았다. 배정당시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으나 주위의 눈총을 의식, 회사에서 2천만원을 융자받아 주식을 매입했다.

현재 이회사 주가는 8천원선. 주식평가손만도 1천만원을 넘고 있으며 아직까지 회사에 갚지 못한 빚이 9백만원에 달한다. 작년말 연봉이 30%가량 삭감된 마당에 융자원리금으로 매달 30만원씩 월급에서 떨어져 나갈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린다”고 이부장은 말한다.

월급을 받고 있는 이부장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

부실경영으로 폐쇄된 S종금의 김모대리는 입사 9년간 우리사주 5천주를 배정받는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모두 5천만원을 융자받았다. 95년과 96년 종금주가 한창 상승세를 탈때만해도 주당 1만5천원선을 넘었으나 작년 12월 영업정지이후 주가가 폭락, 5일 현재 2백원선을 밑돌고 있는데다 거래마저 정지당해 휴지조각과 다름없다.

지난해 퇴직금까지 중간정산받는 바람에 김대리가 수령할 퇴직금은 4백만원. 따라서 퇴직금으로는 융자금 5천만원을 도저히 갚을 수 없어 집을 처분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김대리는 “배정후 2년간 팔 수도 없는 우리사주는 현대판 노비문서와 다름없다”며 “대부분의 동료들이 우리사주 융자금을 갚지 못해 집을 팔거나 친인척으로부터 또다시 빚을 얻어야 하는 형편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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