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허용 구조조정案]기업 「외국인 사냥감」 안될까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9분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2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 보고한 ‘기업구조조정 추진방안’은 정부가 1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마련한 구조조정촉진방안과 몇가지 차이점을 드러냈다. 우선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허용문제가 그렇다. 정부측은 외국인의 적대적 M&A는 올해는 허용하지 않고 상황을 봐가며 추후에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적대적 M&A의 허용이 불가피하며 단계적으로 금지규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은 이를 완전히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고 증권거래법도 50%까지는 주식취득을 허용하고 있어 적대적 M&A의 허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비대위는 3분의2 이상 주식취득시 이사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한 점을 원용, 일단 3분의1까지만 허용하자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최저가를 맴도는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 상황을 볼 때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의 ‘사냥감’이 되고 만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정부와 비대위의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소액주주의 대표소송권과 장부열람권 기준 문제. 두 권한의 행사요건이 현재 각각 1%, 3%로 돼있어 대폭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양측이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양측은 또 한 주만 갖고 있어도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단독주주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0.05%(대표소송)와 0.3%(장부열람)를, 정부측은 0.01%와 0.05%를 제시해 조정이 필요하다. 정부안이 보다 강도높은 소액주주의 권한보장 방안이지만 비대위는 기준을 너무 낮출 경우 발생하는 경영진의 고충도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이날 비대위는 △순수지주회사의 허용 △총액출자제한의 완화 △과다차입금에 대한 손비(損費)불인정 등 기존 방침에 대한 몇가지 보완책도 마련했다. 순수지주회사 허용문제는 시행시기를 늦추고 나름의 요건을 갖춘 회사에 한해 ‘조건부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지주회사의 설립 허용은 현재의 기업경영 풍토에서는 사실상의 계열사 지배를 용인하는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30대 기업집단에 대한 총액출자제한 문제는 현행 순자산의 25%에서 40%로 완화할 계획이었으나 제한조치를 3년간 유예하자는 정부안을 수용했다. 기업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시기 동안 무제한 출자를 허용, M&A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과다차입금에 대한 손비 불인정 문제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소액 차입금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차입금에 대한 손비처리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하고 벤처기업의 창업에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비대위는 이밖에 행정조치 사항으로 기업집단과 채무은행간에 ‘재무구조개선협정’을 체결토록 하고 협정에는 △부채비율 감축계획 △사외이사 감사 선임 등 지배구조개선계획 △은행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 △협약 불이행시 여신회수 등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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