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경기침체에 환율급등이 겹쳐 대부분의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이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대우증권은 7일 관리종목 등을 제외한 12월 결산법인 3백40개사의 지난해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 5천6백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96년 3조9천9백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었다.
특히 은행을 포함한 비제조업체들은 96년 1조8천4백60억원의 흑자를 냈으나 지난해에는 1조6천6백10억원의 적자로 돌아서 1년새 극심한 부침을 맛보았다.
12월 결산사들이 지난 한해 동안 이처럼 고전한 것은 무엇보다 막대한 환차손 때문.
이들이 지난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96년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20조4천2백80억원. 그러나 연초 달러당 8백44원이었던 원화 환율이 연말 1천6백47원으로 급등하면서 외화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내외 부채 상환비용을 빼고난 뒤 남는 경상이익은 3백80억원에 그쳤다. 96년 경상이익은 5조8천1백90억원이었다.
특히 정유회사들과 항공 해운회사 등 달러 빚이 많은 업종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었다. 96년 2천2백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던 정유3사는 지난해 경상이익이 2백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운수업(10개사)도 경상이익 적자폭이 96년 1천7백여억원에서 작년 1조5천여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린 자동차업은 경상이익이 4천2백여억원 감소, 적자로 돌아섰으며 29개 건설회사들도 경상이익 흑자폭이 2천2백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다만 경기변동에 비교적 덜 민감한 종이 플라스틱 가구 제약 시멘트업종 등만 수익성이 다소 호전된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증권 하상주(河上注)조사팀장은 “환율이 안정되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올해 이들은 2조5천억원 가량 흑자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