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구조조정의 최우선 타깃으로 지목돼 온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홍보담당자들은 풀이 죽어 있다. 한국은행이나 은행감독원을 기웃거려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없다. 은행으로 돌아가면 직원들마다 “어떻게 되는 거냐”는 말만 물어온다.
두 은행은 작년 12월 재정경제원의 요청에 따라 각기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까지 자구계획을 냈다. 고객들의 예금이탈을 차단하기 위해 연 17%까지 금리 높이기 경쟁을 벌여 떠났던 고객들을 상당폭 회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른 은행 직원들까지 이들 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두 은행 모두 정부의 출자만 완료되면 2월까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선에 맞추고 자력회생을 충분히 도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지만 이제 이런 희망도 사라졌다. 결국 외국은행에 매각하기에 앞선 수순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
제일은행은 △98년 상반기중 5백명을 추가로 줄이는 등 5년내 1천8백명 감축 △지점 41개 폐쇄 △임직원 급여 30∼10% 감축안 등 고통스런 자구계획을 냈다. 제일은행보다 덩치가 약간 작은 서울은행도 △98년중 6백명을 추가로 줄이는 등 3년간 1천명 감축 △임원축소 및 임직원 급여 30∼10% 감축 △적자점포 폐쇄 등 조직 20% 감축 등을 골자로 한 것이 현단계의 자구계획. 두 은행 직원들은 “외국은행이 인수하기 전에 최소한 30% 이상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이고 인수 이후에도 가차없는 인원감축이 더 있을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결국에는 25∼30%의 직원만 남게 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구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결의를 내보이고 있다.
문제는 다른 은행들도 함께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것. 막상 외국은행이 제일 및 서울은행을 인수해 간판을 바꿔 달면 상당한 규모의 고객이탈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우량은행으로 알려져 온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은행의 완벽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에 맞서 경쟁할 만큼 조직과 인력이 정비돼 있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낫다는 국민 주택 신한은행의 은행장들도 “올해는 금융기관들에 사상 가장 심각한 격동의 해”라면서 강도 높은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어 주목된다.
결국 은행권은 올해 내내 구조조정을 위한 인원감축과 조직재편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