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대기업인데, 기아가 무너질리가 없어…」.
국내 금융기관들은 관치금융을 비방하면서도 그 틀속에 안주하면서 대그룹의 연쇄부도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기관의 「대마불사(大馬不死)신화」는 지난 5월 태국의 금융위기가 촉발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진앙지는 종합금융사들. 이들은 1년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것도 단기로 외화를 꿔 장기채권에 투자한 것. 태국의 금융위기가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수십억달러씩 물리는 신세가 됐다.
놀란 종금사들은 국내 기업을 제물로 삼았다.
최근 청구그룹의 부도에 이르기까지 기업 연쇄부도의 한 축에는 언제나 종금사가 있었다. 기업부도사태는 은행의 부실화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달초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떼밀려 금융불안의 핵인 종금사에 마지못해 칼을 댔다.
그 충격은 엄청났다. 금융기관 예금인출사태가 전 금융권으로 번졌고 자금난에 몰리는 금융기관이 속출했다.
부실은행으로 낙인이 찍힌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기업인수합병(M&A)의 도마에 올라 내년 상반기까지는 「외국인 주인」을 새로 맞이해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