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국의 조기 자금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한마디로 「모든 것을 내줬다」는 평이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당장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우리 경제가 단기간에 각 부문의 동시개혁을 감내할 만한 체력을 갖추고 있는 지 걱정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 양보조치는 당초 약속한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구조조정 시기를 3∼6개월 대폭 앞당기고 개방폭도 넓혔다. 우리 경제시스템은 불과 몇달새 미국식 개방형 체제로 탈바꿈하게 된 셈이다.
▼자본시장개방〓자본시장은 이달중 완전히 자유화된다.
당초 내년중 실시 예정이던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인상이 이달 30일에 앞당겨 단행되고 내년말에는 한도 자체가 완전 폐지된다. 채권시장도 이달중 완전 개방되면 단기금융상품 개방일정을 내년 1월 제시하게 된다.
결국 외국자본의 환차익과 주식거래차익은 한껏 올라가 엄청난 규모의 국부(國富)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이 달러당 1천원이었을 때보다 2천원일 때 달러로 살 수 있는 주식수는 두배다. 외국자본이 일거에 몰려오면 주가는 단기간에 뛴다. 종합주가지수가 두배로 뛰면 외국인의 시세차익도 다시 두배가 된다. 이때쯤 환율은 급속히 낮아진다. 외국자본이 주식을 팔아 만든 한국돈으로 달러를 바꾸면 외국자본은 당초 가져온 것의 몇배에 해당하는 달러를 손에 쥔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외국은행과 증권사의 현지법인 설립이 내년 3월중에 이뤄져 국내 금융기관들은 국제경쟁의 거센 파고에 곧바로 노출된다. 종금사는 △30일까지 정상화계획안 제출 △내년 1월22일까지 인가취소 절차 마련 △3월7일까지 정상화 계획평가완료등의 구체적인 정리일정을 밟는다.
은행은 △제일 서울은행 책임임원 퇴임 △내년 2월중 감독기관의 감자(減資)명령권 부여 △5월15일까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준수를 위한 자본확충계획 제출 △3월까지 파산법 개정 등을 거치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3월초까지 부실 종금사들이 무더기로 폐쇄될 예정이다. 부실은행으로 인식돼 온 제일 서울은행은 앞으로 외국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감자가 이뤄지면 헐값으로 팔리게 된다.
▼무역분야 조기개방〓수입다변화품목이 △이달말까지 25개 △내년 6월말까지 40개 △내년말까지 32개 △99년6월말까지 16개품목이 폐지되며 99년 3월말까지 무역보조금도 폐지된다. 수입다변화로 묶여 있던 일본상품의 거센 범람이 예상된다.
▼노동시장 개편〓내년 1월에 발표될 「경제주체간 고통분담을 위한 합의문」은 노사정(勞使政)공동선언으로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을 담을 전망이다.
민간 연구소들은 당초 1백만∼1백20만명으로 예상되던 내년 실업자수가 2백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내년 2월 근로자파견법이 도입돼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면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급여는 정규직의 50∼80%선으로 깎이게 된다.
〈윤희상·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