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가 19일 대(對)국민 담화문과 내외신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경제운용의 기본골격은 두 갈래 목소리를 담았다.
한국경제를 책임질 차기대통령의 등장을 기다린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국제통화기금(IMF)협약준수」를, 구조조정 과제를 앞둔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에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원리」를 강조했다.
IMF와 관련한 대외 메시지는 예상됐던 것이지만 「정경유착 고리끊기」선언은 재벌과 관료가 주도해온 한국경제에 근본적 체질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난 원인진단〓김당선자는 경제발전 논리가 파행적인 왜곡현상, 즉 정경유착 부정부패 중소기업희생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이 이같은 폐해를 낳았고 끝내 국가부도 위기라는 치욕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미 저서 「대중경제론」에서 새로운 경제발전단계에 걸맞은 새로운 경제운용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부유층위주의 세제와 대기업위주의 산업정책을 고쳐야 하고 노약자 신체장애자 등 불우계층을 포함, 복지정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시급한 현안〓김당선자는 『IMF와 현 정부가 협의한 사항은 충실히 지키고 관계 법안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IMF지원없이는 당장의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IMF와 국제투자자들이 주목해온 「당선자의 첫목소리」에 신뢰메시지를 담아 불안을 단숨에 해소하고 미국 일본 등의 집권자들과 직접 금융현안을 논의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접하겠다는 입장표명을 포함해 국제투자자들의 불신을 잠재우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업문제에 유독 강한 의지를 보였다. 새 정부의 최대역점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IMF와의 성장률 재협상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이 강구될 전망이다.
▼시장경제 강조〓김당선자는 『철저히 시장경제를 시행할 것이고 시장을 대담하게 개방하겠다』고 공언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김당선자의 시장경제론은 얼마전까지 풍미했던 강경식(姜慶植)류의 시장경제론과는 다소 차별성을 갖는다.
그 핵심은 중소기업이다. 『더 이상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에 희생되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을 정착시키겠다』는 게 김당선자의 강조점.
그러나 엄밀한 의미의 시장경제에서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김당선자가 지목하는 중소기업은 벤처기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21세기는 중소기업의 시대』라고 천명한 것은 21세기에도 통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라는 의미다. 이 부문에 관한 한 정부가 방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시장경제의 기능에 모든 것을 최대한 맡기되 정부가 개입할 때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론을 밝혀왔다.
▼경제의 틀 재편〓김당선자는 『앞으로 시장경제에 적응해서 세계적 경쟁속에서 이겨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정기업을 봐주는 식의 경제정책은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으로 보인다. 대신 능력위주의 기업정책을 예고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가져올 각종 법안의 조기처리가 예상된다. 금융기관에 대한 세부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마찬가지로 과감한 구조조정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도 바뀐다. 재정경제원 등 경제부처는 물론 일반 행정부처들의 일대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간주도 경제를 강조해온 김당선자인 만큼 정부기능이 대폭 줄어드는 대신 그 기능이 민간에 이양될 것으로 보인다.
〈임규진기자〉
◇ 경제정책 기조
▼ 성장정책
정부주도 경제개발전략→민간주도 자율성장
▼성장주체
문어발식 재벌―경제관료→전문화된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
▼정부역할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공정한 시장경쟁의 보장
▼생산시스템
자본집약적 소품종 대량생산→기술집약적 다품종 소량생산
▼실업대책
정리해고를 통한 양적 접근→임금동결과 생산성향상을 통한 질적 접근(정리해고요건 대폭 강화)
▼세금제도
부가세 특소세 등 간접세 위주→상속세 등 직접세 증액―부가세와 특소세 등 간접세 감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