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흑자나는데 돈줄 죄니…』 잇달아 도산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종금사의 무자비한 자금회수와 은행권의 어음할인과 대출 기피 등 금융권 경색으로 중견기업들이 대거 부도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정상매출이 이뤄지고 흑자를 내면서도 금융기능 마비로 인한 자금악화로 무너지는 전형적인 「흑자도산」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에서 보듯이 대기업의 도산은 금융권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금융권이 지원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견 중소기업들은 정부와 금융권에 외면당한채 부도에 무방비 상태다. ▼큐닉스컴퓨터〓81년에 창립, 지난해까지 계속 흑자를 내온 「국내 벤처기업 1호」로 11일 한일은행 등에 돌아온 60억원을 막지못해 최종부도 직전까지 몰려있다. 컴퓨터 프린터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으나 지난달 중순 종금사의 무차별한 자금회수가 들어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까지 70억원을 갚았으나 이달 들어 1백30억원의 종금사 자금 결제가 몰리면서 끝내 두손을 들고 만 것. 1차 부도를 낸 지난 10일에는 은행의 기업어음(CP)할인 허용소식을 듣고 은행을 찾았지만 『정부발표는 발표일 뿐』이라는 얘기만을 들어야했다. ▼H사〓2년연속 1백억원대의 흑자를 낸 중견그룹으로 요즘 매일 종금사 자금을 막느라 밤늦게까지 긴장의 연속이다. 「월말에 1백3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도 종금사측은 막무가내. 11일 종금사 어음만기 2개월 연장소식을 접한 뒤 한가닥 기대를 안고 거래 종금사를 찾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안내려왔다』는 대답만 들었다. 종금사는 그동안 매일 평균 50억원가량의 자금을 돌려왔다. 당장 급한대로 납품업체 결제와 직원들의 월급 지급을 미루면서 막아왔지만 「2개월 만기 유예조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월말까지 버틸지 의문이다. 은행에 찾아가 CP할인을 사정했지만 부동산담보를 요구, 포기하고 말았다. 심지어 유명 백화점에 물품대로 받은 어음도 은행에서 할인이 안되고 있어 사실상 자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회사 자금담당임원은 『단기채를 끌어 쓴 기업책임도 있지만 최소한 준비할 시간을 줘야지 무조건 자금을 회수하면 누군들 살아남겠느냐』고 하소연했다. ▼D사〓중견 전기부품업체로 부채율 0%를 자랑해왔지만 최근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와 자동차업체로부터 받은 어음할인이 안되어 운영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있다. 이 회사 자금담당임원은 『은행들이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춘다고 우량기업에도 거의 모든 어음할인을 중단하고 있다』면서 현실을 개탄했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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