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쌍용自 인수 스토리]金회장 『그룹 위험』하소연

  • 입력 1997년 12월 8일 20시 05분


「쌍용자동차 매각작전」이 본격 개시된 것은 쌍용그룹계열사 전체 자금 꿰맞추기를 전담해온 쌍용종합금융이 지난 2일 재정경제원의 명령으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부터. 쌍용그룹이 하루하루 꿰맞춰 온 자금규모는 모두 4천억원선. 이 돈을 평소 초단기 금융시장인 콜시장에서 조달해 막아오던 쌍용종금의 손발이 묶이자 일단 계열 쌍용투자증권이 이 일을 대리했다. 쌍용그룹 김석준(金錫俊)회장이 독일행 비행기를 탄 것은 이때쯤. 김회장은 벤츠측에 『시간여유가 없다. 인수하겠다고 지금 말해 주지 않으면 그룹 전체가 위험하다』고 하소연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벤츠 측은 『현재로선 거액의 인수결정을 곧바로 내릴 수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김회장은 이 사실을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에 곧바로 알리고 파격적인 양도조건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대우그룹측과 곧바로 실무 협상에 들어갔다. 조흥은행 장철훈(張喆薰)행장과 여신담당 위성복(魏聖復)상무는 재경원과 은행감독원측에 상황의 위급함을 알리고 『재계6위 그룹이 이대로 좌초할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계 전체가 한꺼번에 위기에 빠지므로 관련 금융기관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쌍용자동차는 은행의 일반대출만 대출한도(2천9백8억원)에서 76억원을 추가로 받을 여유가 있었을 뿐 종금 보험 리스 등 금융기관과 회사채 발행한도를 모두 소진, 단 한푼도 더 빚을 얻을 곳이 없었다. 쌍용그룹 전체의 자금압박을 잘 알고 있는 은행들은 콜자금도 잘 내주지 않았다. 급기야 쌍용그룹의 자금흐름이 꽉 막힌 것은 지난 4일. 종금사 가운데 일부가 6백억원의 어음을 새로 돌렸다. 그러나 이날은 9개 종금사도 모두 1조2천억원의 콜자금을 구하지 못해 함께 연장(부도예비)에 들어갔던 날. 6일 오전에는 한라그룹이 부도처리됐다. 「다음은 쌍용그룹」이라는 말이 금융계에 파다하게 흘러다녔다. 사실상 최종 부도시점을 넘긴 6일 오후에야 종금사들의 콜자금사정이 풀리면서 쌍용그룹도 일단 숨을 돌렸다. 조흥은행은 8일 부총리와의 은행장회의가 열리기 전인 오전 7시 은행 종금 보험사 등 관련 금융기관장들에게 쌍용자동차의 양수 양도조건을 제시하고 각서서명을 요청했다. 일부 종금사는 대우 및 쌍용그룹에 대한 금리조건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모두 서명했다. 쌍용그룹은 부도위기에서 탈출했고 은행과 양그룹은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조건을 공개했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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