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폴란드 자동차시장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벌이는 이번 갈등은 폴란드 정치권에서 의혹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한편 현지언론은 물론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 외국언론에 「남의 집에서 벌이는 추태」라고 보도돼 국가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대기업의 갈등은 현대차가 9월말 현지회사인 자사다와 제휴, 폴란드에서 무관세 조립생산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비롯했다. 현대차는 벤츠와 합작으로 버스 트럭 등의 상용차를 생산하는 자사다의 부채 해소를 위해 5천만달러 어치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대신 올해 1천대의 승용차 무관세조립생산을 허가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미 폴란드에 진출한 대우와 피아트 GM 오펠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생산자협회가 이를 특혜라며 투자나 기술이전이 없는 무관세 혜택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대우자동차는 한발 더 나아가 현재의 연산 20만대에서 2000년까지 55만대로 생산규모를 늘리기 위한 2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수정하고 종업원 2만명중 1만2천명의 해고를 검토하겠다며 폴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가제타 비보르자와 제스포스폴리타 등의 현지 유력지들은 이 사건을 「한국기업들의 싸움」 「코리안 퍼즐」 등의 제목으로 연일 다루고 있다.
언론들은 무관세 조립생산이 고용이나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럽연합(EU)과의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며 공산당 주축의 전내각이 퇴임 이틀 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솔리다르노시치(자유노조)소속 대우FSO노조는 피아트 폴크스바겐 노조와 연대, 결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유노조 주축의 새 내각은 지난 17일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면서 투자나 기술이전을 않는 기업에 면세와 수출기지 혜택을 줄 수 없다며 과거 내각이 사퇴하기 직전 허가한 사업들을 재검토하겠다고 천명, 결과가 주목된다.
자동차산업 담당인 경제부는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 무관세 조립생산을 이미 조립 실적이 있는 업체에만 일정기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곧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란드에서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모두 40만7천대의 승용차가 팔려 지난해에 비해 25%가 늘었으며 92년 이후 연평균 30%씩 성장했다. 이때문에 한국의 대우 현대 기아 쌍용을 비롯한 세계 35개 자동차 메이커가 진출,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피아트가 34.5%로 시장점유율 1위, 대우가 25.9%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바르샤바〓김상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