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다. 각종 이미지들이 노도처럼 밀려와 우리 삶에 변화를 강요한다. 특히 먹느냐 먹히느냐의 기로에서 생존전략을 찾는 기업들에 이미지는 중요한 경영변수로 작용한다. 요즘 오랜 경기침체와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 금융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어느 때보다 기업환경이 불투명하다. 각 기업들이 앞다투어 기업 이미지통합(CI)에 나서는 이유는 이러한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올들어 회사이름을 바꿔 증권거래소에 변경상장한 기업만도 29개에 달한다. 다각화에서 전문화, 외형성장으로부터 내실강화로 구조조정을 전개하는 기업들에 CI를 통한 이미지 변신은 필수적이다. CI는 기업 이름이나 디자인을 바꾸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사와 조직의 개혁, 신사업의 개발을 아우르는 기업변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경오염이나 서비스부실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컸다면 새로운 CI는 재탄생과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CI는 기업의 얼굴이자 인상』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CI로 선보이는 로고를 통해 공감과 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최근에는 CI를 마케팅의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측면도 강조되고 있다. 초기에 「무공해 두부공장」정도로 알려져 있던 풀무원의 변신이 대표적인 사례. CI를 단행해 「풀무원〓자연」의 새 이미지를 형성, 종합식품 및 화장품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손쉬웠다는 평가다.
이렇듯 각 기업의 CI작업으로 탄생한 심벌과 로고에는 기업의 경영철학과 이념, 사업방향이 잘 집약돼 있다. 주요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 국제화와 정보화 감성화 환경보전 등.
반세기 동안 「조미료 기업」으로 인식되던 미원그룹은 최근 대상그룹으로 탈바꿈하는 CI를 발표했다. 큰 코끼리의 상아와 사람인(人) 모양을 조합한 로고를 채택했다. 대상은 CI발표를 계기로 세계 일류 발효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대상그룹측은 『미국 ADM이나 일본 아지노모도 등 세계적인 기업과 겨룰 수 있는 힘과 도전의식이 CI에 함축돼 있다』며 『인간존중의 이념을 형상화한 로고는 고객만족의 경영의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대상그룹처럼 과거의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목적의 CI는 진도그룹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모피기업」으로 이해되던 진도그룹은 미래지향적인 환경과 첨단사업을 강화하려는 뜻을 새 로고에 담았다.
진도는 로고의 색채로 녹색을 선택해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의류와 건설 컨테이너 환경 등 각기 다른 사업분야를 한데 묶는 타원을 통해 전문성 속의 조화와 화합을 꾀했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설탕 제조업체에서 세계적인 생활문화그룹을 지향하는 제일제당은 CI를 통해 「내일을 여는 우리의 다짐」을 그룹의 실천철학이자 행동기준으로 공표했다.
제일제당은 「독창성과 차별성」을 뜻하는 ONLY―ONE을 빨간색과 푸른색의 원 2개로 로고에 표시해 일본 소니, 미국 3M 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능가하려는 의지를 내보였다.
국내 처음으로 반도체사업을 시작했던 아남그룹은 푸른 원 속에 A를 배치해 세계의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도약의지를 나타냈다. 아남은 CI선포와 함께 계열사를 반도체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등 5개 부문으로 통폐합해 미래로 나아가는 기본틀도 마련했다.
다양한 계열사를 통일된 이미지 아래 묶어두려는 그룹차원의 CI와 함께 계열사별 또는 중소기업별 CI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이동통신에서 SK텔레콤으로, 유공에서 SK㈜로 각각 이름을 바꾼 선경그룹의 계열사별 CI가 대표적이다.
제2창업의 나아갈 목표로 CI를 활용한 업체도 있다. 삼선공업 시절의 법정관리에서 탈출한 ㈜두레에어메탈은 우리 민족의 공동체 정서와 항공금속 전문업체의 이미지를 결합한 CI를 채택했다.내외반도체에서 이름을 바꾼 핵심텔레텍은 첨단 정보통신 전문기업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CI를 내세웠으며 여성 이너웨어업체인 비비안은 달과 여성을 형상화한 심벌로 여성의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겠다는 CI를 실시했다.
기업 위주로 전개되던 CI는 최근 들어 그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성당 등도 자신의 정체성을 일반에 널리 알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CI대열에 합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