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 금융시장 충격]환율에 치이고 주가에 멍들고…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기아사태가 한국의 금융시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환율과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가는 정부의 부양책에도 폭락하는 등 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 여파는 해외에까지 미쳐 한국 채권값이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로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해외 신인도 추락을 방치하다가 한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은 외국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국제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힐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대혼란 양상은 화의신청을 놓고 기아와 정부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등 기아처리 과정에서 사사건건 충돌, 자칫 장기화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딜러는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차입 여건은 정부의 지급보증에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기아 사태가 혼미에 빠지면서 달러화를 미리 확보하려는 사재기현상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환율상승에 얼이 빠진 모습. 「주가하락에 치이고 환차손에 멍들면서」 보유주식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버리려고 안달이다. 외국인들이 연일 매도공세로 일관하면서 주식시세판은 온통 파란불(주가하락을 의미)로 물들어 있다. 자금시장에서도 기아사태로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화의신청 이후 기아발행 어음 할인중단 조치가 잇따르면서 기아 하청업체의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 신용위기가 확산되면서 대출창구는 꽁꽁 얼어붙었으며 회사채를 발행해도 높은 할인율을 적용, 싼값에 내놓지 않으면 팔기가 힘들다. 국내기업이 해외 금융시장에서 발행한 해외채권값도 폭락조짐이 뚜렷하다. 기아 화의신청이 있던 22일 기아자동차를 비롯, 한전 포철의 주식예탁증서(DR)값이 동반하락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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