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반월공단의 구미이화공업. 스피커망을 생산하는 이곳은 추석연휴를 끝낸 지난 18일 60여명의 직원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출근,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해마다 추석직후 5∼10명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추석 후유증」을 겪어왔으나 올해는 90년 이후 처음으로 인력이동 없는 추석을 맞은 것.
22일 대부분의 중소제조업체들이 추석 연휴를 끝내고 정상업무에 들어갔다. 3천여 중소업체가 밀집한 인천 남동공단은 예년 같으면 대거 인력이동이 일어나면서 게시판과 공장벽에 구인광고가 유난히 나부껴야 할 때. 그러나 올해는 철 지난 구인광고만 눈에 띌 뿐 새로운 광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요즘 같을 때 나가서 어디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요. 경기도 안 좋고 뽑는데도 거의 없어요. 이미 젊은 직원들은 일찌감치 서비스업종으로 빠졌고 저희들만 남았죠』(한 중소업체 40대 직원).
노동부가 10인이상 2백99인이하 고용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직률 조사를 보면 추석이 끼여있는 9∼10월은 △94년 3.97%(연간평균 3.81%) △95년 4.15%(3.70%) △96년 3.93%(3.74%)로 매년 거의 최고치를 기록해 왔다.
이는 노동자들이 추석 때 귀향해서 다른 지역에서 취업중인 친구 등을 만나 취업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그러나 올해는 극심한 경기불황과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이같은 현상이 수그러들고 있는 것.
기아 한보 등 부도유예되었거나 부도를 맞은 중소업체들의 경우도 사정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 추석 이후 인력이동이 줄었다는 게 인사담당자의 얘기.
기아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삼기기공의 인사담당자는 『추석이후 4명이 떠났지만 예년에 10여명에 달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적은 수준』이라며 『「옮겨봤자 마찬가지」라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이병직(李柄直)사무관은 『명절 이후 이직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지난해 추석부터 조금씩 수그러들기 시작,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기불황 등 때문에 생겨난 이같은 현상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