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추석자금 용도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향후 금리상승을 예상한 기관투자가들이 매입을 꺼려 채권매매 자체가 중단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 종합금융 등을 통한 대출창구는 일부 대그룹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막혀 있고 증시침체로 주식시장을 통한 조달도 포기한 상태여서 기업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채권시장에서는 8백50억원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된 가운데 5백억원어치가 전날보다 수익률이 0.08%포인트 가량 오른 연 12.35%에 겨우 팔렸다. 수익률(할인율)이 높아질수록 채권값은 떨어지기 때문에 전날보다 밑지게 회사채를 판 것.
그러나 ㈜한화가 발행한 2백50억원어치와 대한전선이 발행한 1백억원어치 등 나머지 3백억원어치는 발행회사가 되가져가는 곤욕을 치렀다.
이들은 금리가 떨어지면 회사채를 다시 내다 팔 생각이지만 추석자금수요를 감안할 때 손해를 보지않고는 팔 수 없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11일에도 이날보다 두배가량 많은 1천6백억원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되는 등 이달에만 사상최대금액인 총 3조9천억원어치의 회사채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기대조차 어려운 형편.
대우증권 마득락(馬得樂)채권팀장은 『10일 오후 회사채 거래가 사실상 마비된 것은 삼성 현대 LG 등 이른바 「특A급」회사채가 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명도가 떨어지는 기업은 처음부터 싸게 팔 것을 각오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보증을 겨우 얻어 회사채를 발행해도 채권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바람에 보증료만 날린 셈이다.
기업의 마지막 자금조달원인 회사채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 것은 △기아 등 대그룹의 연쇄부도 사태와 외화자금난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데다 △회사채 주요 매수기관인 투신사 은행 등이 향후 금리상승을 예상, 회사채 매입을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예금이 늘고 있지만 단기자금이 많아 장기물인 회사채에 선뜻 투자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기아사태 등 불안요소가 해결되지 않는 한 채권거래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