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 주범은 『불안심리』…대기업 잇단부도사태로 촉발

  • 입력 1997년 9월 6일 20시 32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좀처럼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외환의 기본적인 수요 공급보다는 「불안 심리」가 좀처럼 가시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외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응백(李應白)한국은행 외환시장과장은 6일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감소세를 보이는 등 기본적인 달러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 『최근 환율상승의 원인은 대기업 부도사태에서 시작된 불안심리』라고 진단했다. 또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한 딜러는 『4,5일 이틀 연속 원―달러 환율이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환율상승을 우려한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시장에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부실화 △동남아 통화가치의 동반폭락 △역외선물환(NDF)에서 원화의 가치폭락 △외환보유고 부족 등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 등이 은행에 예치해둔 외화예금 잔고를 보면 기업들의 불안심리가 여실히 드러난다. 기업들이 달러화를 외화예금에 그대로 예치해둘 경우 이를 원화로 바꿔 금융기관에 예치해두는 것보다 연 6∼8%의 금리를 손해보기 때문에 외화예금이 늘어날수록 기업들의 환율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수출업체 등이 주로 가입하는 거주자외화예금은 6월말 19억7천만달러에서 7월말 27억달러, 8월말 33억달러 등으로 크게 늘고 있다. 금융계는 이달 들어서도 거주자외화예금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올해 초 환율이 불안한 상승세를 보였을 때도 작년말 14억9천만달러에 불과했던 거주자외화예금은 1월말 29억6천만달러, 2월말 43억7천만달러, 3월말 43억9천만달러 등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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