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융시장]자금시장은 『동맥경화』

  • 입력 1997년 8월 20일 19시 47분


최근 자금시장은 극심한 동맥경화로 「피가 심장에만 고여있는 상태」라고 금융계는 진단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기업으로 나가는 자금이 위축된 것은 물론 금융기관간에도 자금이 흐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시장실세금리가 안정세를 유지했던 기아사태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금리가 치솟고 있다. ▼ 은행 ▼ 해외금융기관들의 자금공여 기피로 외화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외화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국책은행과 우량은행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외화자금을 비축하고 있어 부실은행과 종합금융사들의 외화자금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외화자금과는 달리 원화자금은 대체로 유동성이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잇따른 부도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는 은행들이 기업이나 제2금융권에 대한 자금공급을 기피, 자금시장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 종금사 ▼ 진로 대농 기아그룹 등에 수조원을 물리면서 외화자금난 수신감소 수익성악화 등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모 종금사 국제금융부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금 차입은 거의 중단됐으며 외화자산을 팔거나 국내 은행들에서 외화자금을 빌려 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종금사의 어음매출은 6천1백62억원이 감소했으며 어음관리계좌(CMA)예탁금은 3천63억원이 줄었다. ▼ 파이낸스 할부금융 등 ▼ 파이낸스사와 할부금융사들은 은행 투신 종금사들이 자금 공급을 중단,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H파이낸스의 여신기획팀장은 『재벌그룹 계열 파이낸스사들은 투자재원의 90∼95%이상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조달해왔으나 지난달 말부터 자금공급이 중단돼 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신용카드사들도 종금사 등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크게 어려워졌으며 조달금리가 기아사태이전보다 1.0∼1.5%포인트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업 ▼ 은행권은 돈이 있어도 지원하지 않고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돈이 없어 지원하지 못해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됐다. 현대 삼성 LG 롯데그룹 등은 신용도가 높아 조달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금리가 올라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영이·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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