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통화로 이름나 있는 싱가포르 달러화가 13일 37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사상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동남아 통화들이 폭락하고 있다.
이같은 폭락사태는 지난 11일 일본 東京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회의에서 태국의 통화위기를 돕기 위해 1백60억달러의 구제차관을 지원키로 한 결정에도 불구,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어난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싱가포르 달러는 13일 전날의 미국 달러당 1.5140에서 1.5175로 다시 떨어졌다. 이로써 싱가포르달러는 동남아통화위기가 시작된 지난 7월1일 이후 6%이상 떨어진 셈.
이처럼 돈가치가 떨어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비행기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태국은 군부가 중앙은행에 『경제위기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외환전문가들은 『동남아통화의 하락에는 이같은 일시적인 원인보다 훨씬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의 성장 수출 국제수지 물가 등 기초경제여건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
또한 동남아 통화의 환율이 미국 달러에 긴밀히 연계돼 있어 달러화의 강세에 따라 상대적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태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지난5월부터 바트의 환율방어를 위해 달러를 선물(先物)로 팔아왔는데 결제만기가 8월말쯤부터 돌아오면서 다시 환율이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朴正龍(박정룡)과장은 『현재 싱가포르의 경우 기초경제여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투기적 거래의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