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1백36억원을 들인 경기 구리시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이 개장 두달이 지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당초 도매시장으로 설립된 취지가 무색하게 도소매 겸업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전문성을 결여한 퇴직공무원들이 관리공사를 맡고 건물은 벌써부터 부실공사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12일 시장관계자들에 따르면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이 표류하는 것은 주로 설립을 주도한 서울시의 수수방관적인 태도 때문이다.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을 설립할 때 △중앙정부 50% △서울시 23% △경기도 17% △구리시 10%씩 비용을 분담했지만 관리공사 운영권 지분은 구리시가 77%, 서울시가 23%를 맡았다. 가장 적게 투자한 구리시가 시장운영권을 쥐고 서울시는 뒷전에 물러앉은 셈이다.
당초 유통체계 혼란과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도소매를 철저히 분리토록 했던 이 시장은 『장사가 안된다』는 상인들의 압력에 밀려 지난 7월말부터 소매행위를 허용, 도소매를 분리한 선진국형 도매시장으로 만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시장운영이 부진한 이유는 도매시장으로 이주키로 했던 서울 동북권 상권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 서울시는 세수감소를 이유로 청량리 도매시장 법인들의 구리시장 이전에 소극적이며 이에 따라 구리시장 개장 이후 9개업체만 구리로 옮겨갔을 뿐 1백50여개 도매업체는 그대로 남았다.
지난 2월 직원을 채용한 시장관리공사는 정규직원 71명을 모두 추천 형태의 특채로 선발, 절반이 넘는 수가 구리시 공무원 출신으로 채워졌다. 관리공사가 대부분 유통분야에 경험이 없는 공무원들의 퇴직후 취직처로 전락한 셈이다.
건물의 부실공사 문제도 심각해 지난해말 완공한 새 건물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다. 더욱이 전기사용용량을 부족하게 설계, 대형환풍기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바람에 여름더위 속에 야채가 썩어나가고 있다.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