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백화점 직원들은 지난 5월 봄 정기세일 때 적잖은 고생을 치렀다.세일자율화 조치 이후 처음 맞는 세일.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공정위의 까다로운 규정에 맞춰 홍보전단을 만드는 것부터 여간 쉽지 않았다. 종전에는 보통 한두차례만 수정작업을 하면 됐으나 이번에는 서너번씩이나 손을 봤다.
그러다보니 보통 세일 2,3일 전이면 완성됐던 전단은 하루 전날에야 겨우 최종본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세일 사전홍보에 다소 차질을 빚었다.
백화점 입점 상인들을 상대로 바뀐 세일 규정을 교육시키는데도 진땀을 흘렸다. 「세일을 한 지 20일이 지나야 다시 세일을 할 수 있다」는 등 공정위 규정집을 펴놓고 「준법강의」를 하느라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세일자유화는 소비자의 입장에선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백화점 직원들은 여간 피곤해진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세일기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근무조건이 크게 「빡빡」해졌다.
뉴코아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2일까지 38일간 세일을 실시했다. 대개 열흘이었던 종전 세일기간에 비하면 세배 이상의 국내 최장기록.
장기세일 바람은 확산돼 쁘렝땅백화점이 이미 25일간의 세일에 들어갔고 다음달부터 여름세일을 하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메이저」점포들도 17일간의 긴 세일일정을 잡고 있다.
장기세일은 가뜩이나 열악한 백화점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세일기간이면 직원들은 평소보다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은 기본.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날도 잦다.
지난 4월 발족한 전국상업노동조합연맹의 심재진정책조사부장은 『지난 4월 이후 백화점의 연장근무와 휴일근무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의 세일일자를 캐내기 위한 정보전도 새로운 일거리.
과거엔 각 백화점 관계자들이 백화점협회에 모여 세일기간을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으나 이젠 담합이 금지돼 경쟁업체의 세일 동향을 일일이 파악할 수밖에 없다.
백화점 일정에 맞추지 않고 「단독 플레이」를 하려는 입점업체들도 다독거려야 한다. 그동안 「앉아서」 갖다주는 물건을 팔기만 하면 됐던 영업직원들은 이제는 인기브랜드 공장 앞에서 24시간 「보초」를 서기도 한다.
『세일 자율화로 소비자들은 기분 좋겠지만 우리 직원들에겐 고역이에요』
「세일근무」에 지친 한 백화점 판매여직원의 하소연이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