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가운데 어린이 만화만큼 주인공의 상품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분야도 드물다. 방영되는 만화영화중 캐릭터 상품과 무관한 프로는 거의 없을 정도. 그만큼 TV의 어린이 만화프로는 장난감 시장과 밀접하게 엮여 있다.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캐릭터 상품은 KBS 2TV가 방송하는 「달의 요정 세일러문」의 주인공과 소품들.》
제조판매업체인 ㈜손오공은 「세일러문」방송이 시작되기 전인 4월 중순부터 화장품 목걸이세트 등을 팔기 시작, 지난달 TV방영이 시작된 뒤에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회사 롯데백화점 점장 양미라씨는 『세일러문과 친구들을 모델로 한 인형과 소품 등 20여종 가운데 일부는 이미 바닥난 상태』라며 『전체 판매물량중 세일러문 캐릭터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다』고 말했다.
MBC의 「소년기사 라무」 「빨간망토 차차」, KBS의 「스파이더맨」도 방송과 함께 캐릭터 상품이 팔리고 있는 TV프로. 이미 방송이 끝난 「웨딩 피치」 「K캅스」 (MBC), 「그레이트 다간」 「지구용사 선가드」 (KBS2) 등은 캐릭터 상품분야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프로들이다.
문제는 이 만화영화들이 대부분 「일본제」라는 것. 일본의 제작사들은 만화를 만들 때 아예 「캐릭터권」까지 만들어 꿩먹고 알먹고를 꾀하고 있다. 이때문에 방송사가 만화를 수입해올 때 방송권과 함께 캐릭터권까지 사서 업체에 팔아 넘기는 경우도 많다.
KBS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의 해외 신용도가 완구업체보다는 높기 때문에 방송사가 확대보급 차원에서 연간 1,2편의 캐릭터권을 사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캐릭터권 팔아먹기」를 위해 교육적인 내용보다 상품화가 쉬운 요정 로봇 등을 다룬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저질만화를 수입해 방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완구업체의 제품안내 팜플렛에 「TV방영예정」이라는 선전문구가 자주 등장하는 데에서 드러나듯 『만화영화가 방송위원회의 심의를 받기도 전에 이미 캐릭터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도 방송사와 업자들간의 유착을 보여준다』는 것.
인기 만화프로 전후에 3,4개씩의 캐릭터 상품 광고를 집중적으로 몰아넣는 관행에서도 방송사들의 상업적인 속내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황자혜 간사는 『만화 앞뒤로 같은 주인공의 상품광고가 나오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불합리한 소비성향을 갖게 한다』고 비난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