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미도파 등 4개 주력업체를 부도방지협약 대상업체로 올려 가까스로 부도를 면한 대농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나머지 계열사를 회생시킬 것인가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대농그룹은 20일 오는 28일 열릴 채권은행단 1차회의에 대비,은행측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챙기고 자구계획서를 손질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21개 계열사 가운데 부도방지협약으로 붕괴를 면한 ㈜미도파와 ㈜대농 대농중공업㈜ ㈜메트로프로덕트 등 4개 주력업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나머지 17개사의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4개 회생 대상업체에 긴급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朴泳逸(박영일)회장이 보유 주식 포기각서를 써야하는 등 경영권이 흔들리는 판에 「문어발」을 정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부도방지협약의 첫 적용 기업이었던 진로그룹이 24개 계열사 가운데 채권은행단이 정한 6개 지원 대상업체를 제외한 18개 업체를 매각 또는 합병의 형태로 정리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같은 길을 대농 역시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열릴 채권은행단 회의에서 미도파 등 4개 업체만이 금융지원 대상업체로 선정될 경우 나머지 계열사는 수혈(금융지원)이 끊겨 사실상 존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4개 주력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상호 빚보증과 내부거래로 자금을 조달, 문어발식으로 확장된 계열사들이기 때문에 모기업이 흔들리면 자동적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다.
대농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자구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일단 계열사 가운데 흑자를 내고 있거나 부채규모가 적은 미도파푸드시스템과 대농창업투자 대농유화 노원종합유선방송 등 6개 업체와 불요불급한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유사업종은 과감히 통·폐합해 계열사 수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대농유화는 현재 포스코켐 호남석유화학 등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외식업체인 「코코스」를 운영하는 미도파푸드시스템은 경영상태가 좋아 1천억원정도를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대농은 기대하고 있다.
미도파 소유의 신갈연수원 부지와 광화문 당주빌딩 세검정 미도파 체육관 부지 용인 수지 물류센터 등을 처분해 연말까지 1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인데 이미 신갈연수원은 최근 하나은행에 1백10억원에 매각됐다.
이밖에 춘천미도파와 미도파개발 미도파관광 스파메트로 등은 주력업체인 ㈜ 미도파에 흡수·합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러나 이들 업체와 부동산을 대농그룹의 희망대로 모두 매각해도 부채의 부담을 줄이는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총자산(1조7천8백억원)보다 부채(1조8천3백억원)가 많아 자기자본을 모두 잠식당해 있고 빚독촉이 심한 종금사등 제2금융권 부채가 8천억원에 육박하는 등 재무구조가 엉망인 상태에서 결국 주력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정리는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