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농그룹 계열 21개사 가운데 ㈜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신문 등을 제외한 17개사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이 주력 4개사를 「부도방지협약」적용대상으로 선정함에 따라 향후 대농그룹의 운명에 관심이 쏠려 있다.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이 탄생한 것은 지난달 21일의 진로그룹에 이어 대농이 두번째. 대농그룹의 향후 운명은 일단 오는 2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리는 제1차 대표자회의에서 결정난다. 대농그룹의 채권은행은 23개, 종금사는 24개사.
대표자회의에서는 대농계열 4개사의 최근 3∼5년간 요약재무제표를 심의하고 기업측의 자구계획 및 실현가능성을 우선 평가한뒤 향후 1년간 월별 자금수급현황 등도 파악한다.
대표자회의에서 일단 이들 계열사가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정이 나면 채권은행단 공동으로 긴급자금지원규모를 결정하고 기존 채권의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대주주의 주식포기각서 등 채권서류를 받게 된다.
대표자회의는 이때 전문평가기관에 대농그룹에 대한 실사를 의뢰해 2, 3개월뒤 나오는 자산부채 실사결과에 따라 오는 8월경 기업의 운명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대농그룹이 「정상화대상기업」으로 최종 선정되면 추가자금지원과 채권회수유예기간 재연장으로 회생의 길을 밟게 되지만 「부실화기업」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법정관리나 은행관리 또는 최악의 경우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그러나 대농 계열 4개사에 포함되지 않은 계열사들은 어음 지급요구가 있을 때 예금잔고가 없으면 곧바로 부도처리된다. 대농그룹이 심각한 부도위기에 처했음을 아는 채권자나 각 금융기관들이 참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계열사의 운명은 「바람앞의 등불」인 셈이다. 때문에 대농을 믿고 어음을 받았던 협력기업과 하청기업은 연쇄적인 자금압박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현재 진로나 대농처럼 부도방지협약을 적용받아 주력기업이 상당기간 부도를 피할 수 있는 대기업은 은행여신규모 2천5백억원 이상인 51개 그룹에 한정된다.
부도방지협약 적용대상기업이 늘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로서는 대출금이 부실화할 소지가 그만큼 커지는 부담이 따른다. 회생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업에 추가로 자금지원을 하는 경우 은행마저 부실화할 우려도 있다.
금융계에선 『부도처리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곧바로 부실대출이 늘어나 은행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희상기자〉
▼ 변질된 부도의 개념 ▼
지난달부터 금융권의 부도방지협약이 발효되면서 부도의 개념이 변질됐다.
부도가 발생하면 해당기업은 적색거래 업체로 분류돼 당좌거래가 중지된다. 그러나 부도방지협약에 따라 일단 구제대상기업으로 선정되면 만기일에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더라도 당좌거래는 계속 유지, 수표발행 등 정상적인 상거래를 할 수 있다.
채권은행단이 부도방지협약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서울어음교환소규약을 개정, 「부도는 났지만 당좌거래는 유효하다」는 다소 상식을 벗어난 부도개념을 만들었기 때문. 이에 따라 종합금융사 등 제2금융권은 부도방지협약의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의 어음을 교환에 부치더라도 어음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