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발주공사 비리]5억짜리 공사에 5천만원 뇌물

  • 입력 1997년 2월 26일 20시 15분


[조원표·이호갑 기자] 26일 서울지검이 발표한 구청발주공사를 둘러싼 입찰비리는 공무원과 업자, 시의원이 구조적으로 연결된 비리였다. 게다가 뇌물로 쓰인 공사대금은 추가설계비용 등의 방식으로 메워짐으로써 결국 납세자인 시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돌아가고 부실공사를 부추긴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동안 입찰비리사건이 적발될 때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숱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입찰비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입찰가격 선정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입찰방법은 구청 경리관(재무국장)이 이미 공개된 설계비의 99∼101%에 해당하는 입찰예정가 5개를 임의로 작성, 밀봉한 뒤 입찰현장에서 건설업자 대표 1명이 그중 2개를 뽑아 그 평균치를 낙찰가로 정하는 방식. 물론 낙찰가와 가장 가까운 응찰가를 써낸 업자에게 공사가 돌아간다. 이 방식은 업자가 구청경리관이 써넣은 입찰예정가 5개만 알고 있으면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와 담합할 경우 무조건 낙찰받을 수 있는 허점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재무국장이 입찰예정가 5개를 써넘긴 뒤 시의원을 통해 이를 업자에게 알려주었다. 업자는 다시 대기중이던 담합업자들과 함께 10개의 예비 낙찰가를 써내 낙찰받은 것. 洪滿杓(홍만표)검사는 『입찰방식의 문제점 때문에 10억원짜리 공사도 낙찰가와 응찰가의 차이가 1백∼2백원 정도였다』고 밝혔다. 업자들은 공사를 낙찰받는 과정에서 사용한 뇌물 등의 비용을 공사기간중 추가설계비용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손실을 메워왔다.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신근대종합건설 대표 宣龍淵(선용연)씨는 평균 5억원짜리 공사를 따내기 위해 공사비의 10%에 해당하는 5천만원 정도의 뇌물을 사용했다. 선씨는 일단 공사를 따낸 뒤에는 설계변경 등의 수법으로 자재를 줄이거나 더 많은 공사비를 받아내는 방법으로 뇌물로 쓴 비용을 다시 뽑아낸 것. 또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부실공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주는 뇌물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사기간중 정기적으로 반복돼 부실공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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