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북경의 한국상사]北 무역종사자 대화회피

  • 입력 1997년 2월 17일 20시 15분


춘절(春節·설)휴가를 끝내고 17일 본격적인 정상업무에 돌입한 북경주재 한국기업들은 이번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의 망명신청 사태가 초래할 파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물밑으로 합작이나 임가공 등 사업가능성을 타진할 때 창구역할을 했던 북한의 무역종사자들이 잇달아 접촉을 회피하거나 스스로 몸조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망명이 실현될 경우 남북관계 경색은 피할 수 없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북경협에 나섰던 기업들은 전략수정마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다. 대북(對北)경협 실무진들은 이번 사건처리를 둘러싸고 중국 당국은 물론 한국대사관측도 함구로 일관하자 인터넷을 이용, 한국내 보도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대북경협의 실무를 담당해 온 한 기업간부는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골치를 썩였다가 북한의 사과로 가까스로 옛 관계를 회복한 상태』라며 『이번 사건은 그때보다도 대북경협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다른 기업 소식통도 『황비서 사건이 알려진 이후 북경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종사자들이 북한대사관에 불려가 모종의 행동지침을 전해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현재 무역종사자들은 한국기업 파트너를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현재 남북경협은 최근 수년동안의 남북 긴장국면으로 대부분 의류 신발 전자제품 등의 임가공형태에 머물러 있는 상태. 더욱이 북한무역종사자들은 한국기업에는 무리한 가격이나 관행을 요구해온 경우가 많아 중국내 한국기업들도 남북경협을 장기적인 북한진출의 토대를 닦는다는 점에서만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한국기업인들은 이에 따라 이번 사건으로 당장 큰 손실을 입진 않겠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개방전략이 아예 폐쇄적인 것으로 전환될 경우 현재 북한에 반입된 임가공용 자재 등을 포기해야 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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